[망원동] 협동식당 달고나-‘바디’와 ‘임팩트’의 부재
한 번의 헛탕-페이스북 확인 후 갔으나 문을 일찍 닫았다-후 다시 들러 다른 메뉴를 먹어 보았다. 전체 인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바디’와 ‘임팩트’가 부족하다. 일부는 식당과 음식의 문제지만, 그만큼 한식의 책임 또한 크다. 간략히 살펴보자.
1. 해장국: 무엇보다 부드러운 선지는 훌륭하다. 청진옥 같은 곳에서 감내해야 하는, 퍽퍽한 걸 감안하면 지난 번 글의 동태전 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국물이 너무 얄팍하다. 혹시 냉면과 바탕을 공유하기 때문일까? 지방과 젤라틴 어느 쪽의 흔적도 느끼기 어려운, 맑은 국물은 특히 ‘해장국’이라는 이름까지 감안한다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선지 외의 고기 건더기 상태도 좋지만, 배추와 콩나물의 채소 건더기는 조금 더 익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콩나물은 품질에 대해 살짝 의심을 품어 보았지만 가격 감안하면 통과.
2. 물냉면: 동치미 냉면과 마찬가지로 국물의 농도/맛에 비해 면이 좀 더 가볍고 부드럽게 풀릴 필요가 있다. 꼬들거리며 살짝 딱딱한데, 냉면의 긴장감이라 보기에도 살짝 뻣뻣하다. 먹으면서 조금식 풀리지도 않는다. 한편 국물이 동치미 냉면의 두툼함과 너무 대조되는지라, 이럴 거라면 차라리 둘을 섞어 동치미 국물 섞은 물냉면을 만드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익는 중’이라 동치미 냉면이 품절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냉면의 밋밋함을 갈음하는 한편 동치미의 소비를 조절할 수 있으니 더 낫지 않을까. 둘이 공존한다면 굳이 물냉면쪽을 먹게 될지 모르겠다.
3. 수육(절반): 거의 대부분의 경우, 수육은 결점을 내포한다. 사태처럼 지방 없는 부위를 삶으면 부스러지고 퍽퍽해지며, 소위 ‘풍미’ 같은 건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얇게 저미거나 육수를 자박하게 붓는데, 그래도 습관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먹기 어렵다. 워낙 말도 안되는 수육을 많이 본지라, 이만하면 굉장히 양호하다. 부스러질지언정 뻣뻣하지는 않고 큰 무리 없이 씹힌다. 하지만 간도 (거의)하지 않고 물에 그저 담가 삶은 고기가 맛있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이런 부류의 한식을 만나면 단지 해당 음식점 너머의 문제를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애초에 결함이 있는 문법을 차용해봐야 완성도 높은 음식을 만들기가 어렵다. 반 값도 안되는 돼지고기 편육보다 맛이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 양도 적을 뿐만 아니라 만족감도 적다. 게다가 가격이 기대하도록 만드는 만족감이 너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식사류의 가격대가 비슷한 중국집이라면 수육 반의 가격인 18,000원에 10% 남짓 추가해 요리 한 접시를 시킬 수 있다. 둘에서 최대 네 사람까지 식사와 함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 비단 양 뿐만 아니라, 좀 더 내적으로 완결된 맛을 지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최소한 재료 자체에 간은 한 음식 말이다. 한식의 울타리 안에서 그런 요리가 존재하는가? 없다면 앞으로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까?
설탕은 확실히 빠지지만 신맛이 충분하지는 않다. 더불어 간도 아주 적극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조미료를 안 쓰지도 않는다(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의 켜 또한 확실히 빠져 있다. 전체의 메뉴를 다 먹어보니 인상이, 한편 몇 년 전 시험 삼아 몇 군데 가보았다가 기대를 접은 한식 밥집의 것과 굉장히 흡사했다. 구세대 양념 범벅으로부터의 의도적 회피 및 탈피가 낳은 또 다른 종류의 불균형 말이다. 과잉의 대안은 결핍이 아니다. 또한 언제나 말해왔듯 맛은 점 위의 경험이 아니고 균형 또한 점이 아닌 구간이나 지역일 것이다. 그 위 어딘가에 한식의 새로운 맛을 안착시키려면 과연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만약 내부에 답이 없다면 어디까지 울타리를 넓혀야 할까?
*사족: 밥도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