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리뷰
짧게 쓰겠다.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내가 유일하게 문제가 될 수 있노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딱 하나다. 경험한 대로 쓰지 않는 것. 나쁜 걸 좋다고 쓰거나, 좋은 걸 나쁘다고 쓰는 것. 그 안에서 특히 가장 위험한 경우는 두 가지 꼽을 수 있다. 첫째, 다수 의견이 X라 형성되어 있다는 걸 의식해서 일부러 -X로 나가는 경우. 말하자면 선정주의에 입각해 ‘party pooper’ 노릇을 하는 것일텐데 안타깝게도 그럴 만큼 다수 의견을 의식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수의 핵심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들이 무슨 의견을 생산하는지 신경쓰지도 않는다. 둘째, 실무 및 생산자에 대한 개인적인 판정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도록 놓아두는 경우. 이것도 간단하다. 사람이 싫다고 그가 만드는 것까지 미리 싫어해 버린다면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될까? 사실 거기까지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나는 사람에 딱히 관심이 없다.
나는 궁금하다. 어디에 무슨 커뮤니티가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서 레스토랑 씬과 맞물려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그걸로 스스로가 행복하면 거기 묻혀서 살 일일텐데 왜 그 바깥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는가. 나를 비판도 아니고 비난하는 부류가 음식을 놓고 평가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야 내가 뭐라고 그러겠는가.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언제나 문제는 내가 만들어 내는 평가가 당신의 평가를 부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당신의 평가를 부정하는 걸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나 스스로가 납득할만한 답을 찾아내기 벅찬 상황이다. 음식이 맛있다면 고민은 적어진다. 맛이 없기 때문에 고민이 크고, 그 이유가 아직도 굉장히 사소하고도 기본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고민이 더 커진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말했다. ‘맛있게 먹었는데 네가 맛없다고 말하면 나는 뭐가 되는가?’ 간단하다. ‘맛있게 먹은 사람’이 된다. 당신이 맛있게 먹었으면 당신에게 좋은 일일테고, 나는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당연히 음식을 먹을 때 당신의 평가를 의식할 확률도 0에 무한수렴한다. 그러니 당신도 나를 의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음식에 집중하라. 누구보다 당신 자신을 위해.
크하 사이다
마지막 문단 명쾌합니다.
누군가가 보기엔 값어치를 못 하는 음식인데 그걸 먹고 남들보다 행복했으면 그것도 나름 그 사람 복인 거죠.
이런 행복한 분들이 많으면 요리사는 노력 많이 안 해도 돼서 편할 겁니다.
그나저나, 올려주신 사진의 플레이팅이 다소 충격적인걸요.
다이너가 고기를 썰어서 입에 넣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이 그려집니다.
거대한 숯덩이 옆으로 치우고, 호박 치우고,
라임인지 덜 익은 귤인지, 암만 봐도 고기 먹을 때 같이 까먹으라고 내놓은 것 같진 않은데,
꽃과 풀도 같이 먹으라고 올려 놓은 것 같지 않고…
먹을 수 없는 이 많은 것들을 전부 옆으로 치워 정리한 뒤 칼질을 해야 한다니,
거 고기 한번 먹기 참 힘들게 해 놨구만요.
저렇게 재료들을 그냥 올려 놓을 게 아니라 저 요소들을 활용해 요리에 포함시켰으면 좋았으련만
정성과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Charcoal powder 소량으로도 시각적 효과를 주기엔 충분했을 텐데 숯을 떠억.
플레이팅을 저렇게 하는 경우는 보통 손으로 쏙 집어 먹기 좋은 한입음식 낼 때나 하는 건데
양념 묻은 큰 고깃덩이를 저렇게 그냥…
(플레이팅 하나로 그 요리사의 요리 철학서부터, 기술에, 미적 감각까지, 많은 부분을 엿볼 수 있지요.)
어떤 집인지 궁금하군요.
설마 저 음식을 낸 집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던 건가요? ㅎㅎ
이건 보여주기 위한 플레이팅입니다. 실제로 생과일을 통째로 올려 놓고 먹으라고 하지는 않겠죠 🙂
저건 단지 손님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보여준후 접시에 썰어 담아나와요.
막힌 속이 내려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