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버터와 발효’맛’ 버터
작년 말 처음 발견한 ‘폴 크릭 버터(Fall Creek Butter)’를 사보았다. 그 전에 산 호주산 ‘골든 천(Goldern Churn)’의 맛이나 질감이 훌륭해서 다른 걸 굳이 써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는데, 6,000원 이하로 파는 곳이 있어 몇 덩어리 산 것. 그냥 스위트 크림인지 발효 버터인지 궁금해서 제조업체 등의 인터넷을 뒤져 보았는데 우유 외 ‘natrual flavoring(자연 조미료)’이 첨가 되어 있다는 정보 외에는 별 게 없었다. 한편 국내 수입업체가 붙이는 딱지에는 ‘스타터 증류액’과 젖산 미량 첨가. 그렇다면 발효 버터란 말인가? 성질이 급해 정보를 완전히 찾아보기 전 그냥 주문해버렸다. 어찌 되었든 먹어보면 아는 것. 그리하여 받아본 버터는 미약한 발효 “풍미”를 품고 있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무염이므로 날로 먹을 이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는 큰 의미 없는 수준.
그리하여 다시 정보를 찾아본 결과, ‘스타터 증류액(starter distillate)’이라는 건 정말 젖산 발효한 유제품 또는 버터의 맛을 내어주는 조미료였다. 대개의 경우 크림에서 물리적으로 유지방을 분리해 만든 스위트 크림(sweet cream)은 확연히 두드러지는 맛이나 미묘함이 별로 없다. 이를 보충해주기 위해 발효는 시키지 않되 그 맛만을 살짝 첨가해주는 역할인 것. 버터맛-정확하게는 향-의 핵심인 다이아세틸을 함유하고 있다. 미국의 법으로는 ‘natrual flavoring’ 정도로만 표기해줘도 상관 없는 반면, 수입시 한국의 법이 좀 더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해 상세히 표기했을 수 있다.
아니면 natural flavoring이라는, 불분명한 용어의 거부감을 덜어내기 위한 목적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국에서도 이를 놓고 괴담 수준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를 발견했기 때문. ‘아니 자연 조미료라는 것이 왜 들어가는 것이냐 이것도 첨가물 아니냐’라는 기본적인 첨가물 거부 반응부터 ‘내가 잘 가는 레스토랑의 셰프가 말해주기를 이 자연조미료라는 것이 MSG라더라’라는, 더 구체적인 음모론 수준의 이야기도 존재했다. 안타깝게도 둘 다 아니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가공은 문제 없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
일단 요리나 베이킹용으로 네 덩이 사다 놓았으니 다 쓰겠지만, 이후 또 사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코스트코의 가염 스위트크림이 같은 가격대로 올라버린 수준에서 이만하면 일반 용도의 버터로는 괜찮다. 나에게는 쓸모 없지만, 서울유우 버터 수준으로 색이 하얗기 때문에 특히 케이크 장식용 버터크림에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가열 안 하고 만드는 버터 크림이라면 이 미약한 발효의 맛이 보탬이 될지도? 원산지가 추운 동네인 위스컨신인 게 우유와 버터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6,000원대에 살 수 있다면 앞서 말한 골든 천 버터가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믿지만, 어쨌든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나쁠 건 없다.
스타터 증류액이 그런 성분이였군요. 전에 사용 했을때 일반 버터 보다 분리가 쉽게 나서 작업성은 떨어지더군요. 우리나라는 아직 가격 이나 맛이나 앵커버터가 가장 무난한거 같아요. 이즈니는 비싸고.
스타터 증류액은 맛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리가 쉽게 되는 건 지방/수분 함유량 때문 아닐까요?
시장에 나와 있는 버터 중 맛이 가장 괜찮았던 버터는 무었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