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인면옥-만두 전골의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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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고 눅눅한 금요일 저녁, 여의도 정인면옥에서 만두전골을 먹었다. 이런 종류의 음식이 딱 어울리는 날씨라고 생각해 정인면옥에서는 처음 먹어 보았는데, 오랜만에 ‘가격 대 성능비’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 ‘가성비’란 거의 금칙어 취급을 받는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개념이 궁극적으로는 ‘싸고 양 많이’와 통하기 때문. 완성도나 품질 등을 가격의 맥락 위에 올려 놓고 헤아리지 않고, 그럴 줄도 모른다는 말인데 그건 결국 ‘가성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음식의 “성능”이 포만감에만 좌우되나? 그럴 수가 없다. 먹는 즐거움 가운데 포만감은 일부고, 그 비율을 차츰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포만감을 이루는 요소만이라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가성비를 ‘볼드모트’ 취급해왔는데, 이 만두전골이 심각한 고민을 안겼다. 40,000원인데 먹을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다. 양이 문제라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약 2인분의 만두와 1인분의 편육이 핵심 요소다. 국물에 담그지 않았다면, 즉 두 가지만 접시에 담아 냈다면 느낌이 사뭇 다를 것이다. 그래서 문제다. 국물의 역할이 지갑의 여는 이에게 긍정적이라 느끼기가 어렵다.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뺀다면, 국물과 함께 더하는 요소는 팽이버섯, 배추, 쑥갓, 파, 버섯 등의 채소다. 익었을때 국물에 엄청난 맛을 보태는 요소라고 보기가 어렵다. 또한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국물에 잠긴 채로 푹 익었을때 온도와 질감이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다. 정인면옥에서 더 빠지는 음식을 내는 것도 아니다. 광화문 근처 평안도 만두집 같은 곳의 만두 전골도 같은 설정을 나눈다. 멀건 국물이 모두를 아우르지 못한 채 부피를 늘린다.

IMG_1043핵심 요소 또한 전체의 맛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력이 없다. 고기는 처음부터 익은, 즉 삶은 것이다. 이미 보탤 맛도 없지만, 국물에 끓여 수분을 다시 더해봐야 부드러움이나 섬세함이 돌아오지 않는다. 만두는 어떤가. 국물에 소의 복합적인 맛이나 피의 전분 등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설정이라면 멀건 국물을 잔뜩 머금어 터지거나 그 일보 직전까지 간다. 말하자면 그냥 쪄서 먹을때 더 맛있는 만두의 맛이나 질감을 흐리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를 위해 40,000원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까? 2인이라면 10,000원짜리 순면을 각각 한 그릇씩 시키고 만두와 빈대떡을 각각 한 접시 추가하는 편이 양을 따지기 이전에 맛에서 훨씬 더 큰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물론 비용도 싸게 먹힌다. 그 모두를 전골 한 그릇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만족감은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 그 또한 고민거리다. 정서적 가치의 만족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면, 이런 음식은 좀 더 맛있어져야 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무엇보다 간이 너무 안 되어 있다. 비단 짠맛의 문제가 아니다. 신맛과 감칠맛도 복합적으로 달린다. 그 세 가지 맛이 한데 얽혀 음식의 맛을 입체적으로, 또는 질리지 않게 만들어 준다. 전골 외에 빈대떡과 순면을 추가해 먹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간장(또는 그 바탕의 양념장-소스)이나 김치류를 통해 간을 맞춰 먹도록 맛의 요소를 외주로 돌린다. 일시적인 간을 보충해줄 수는 있을지언정, 불을 거치는 각 요리의 맛을 다듬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 나머지 간을 맞춰줘야 할 부가 요소 또한 제 몫을 다하지는 못한다. 상에 깔리는 김치 세 종류는, 놀라울 정도로 맛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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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결이 다르지는 않지만 정서적인 이유로 냉면을 논의에서 제외한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음식의 맛은 때로 허무하고 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납작하다. 그런 가운데 만두 소에서 덜 익은 마늘의 매운 맛이 올라온다. ‘슴슴’ 타령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음식은 슴슴하지도 또 심심하거나 삼삼하지도 않다. 간을 하지 않고 만드는 음식을 미화할 이유가 없다. 목적의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 Responses

  1. bluetit says: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는 한국식 전골 외식에 대해 늘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익어서 최상의 상태가 되는 시간이 다 다른 재료들을 그냥 한데 우겨 넣고 같이 익히질 않나,
    최소한의 조리도 안 거친 생재료들을 손님 상에 그냥 얹어 내지를 않나,
    손님한테 당신이 알아서 익혀 드시오 하질 않나.
    아니, 내 돈 내고 내가 왜 내 테이블 위에서 조리를 해야 합니까? 주방에선 뭘 하는 거예요?
    것 참 신기한 개념이지요. ㅎㅎ
    뜨거워서 늘 혀를 홀랑 데기 일쑤고요.
    전골류는 값도 참 비싸지요.
    저는 식당에 갔으면 요리사의 솜씨를 보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를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주옥 같은 글들에 공감하면서 잘 읽고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bluexmas 님 책을 꼭 사서 읽고 싶네요. ^^

    • bluexmas says:

      네 전골은 어중간하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