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버거 크래프트-햄버거의 디테일
버거 크래프트라는 음식점을 트라토리아 차오의 부주방장이 인수해서 콘셉트 및 메뉴 재조정을 거친 듯 보인다. 그래서 햄버거 세 가지에 파스타, 치킨, 스테이크 등의 메뉴를 판다(너무 이것저것 한다는 인상?). 베이컨 치즈 버거(8,500원)을 먹었는데, 맛이 좋지만 여전히 햄버거의 기본 디테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1. 패티의 크기와 UI/UX
패티와 ‘번’의 크기, 정확하게는 단면적이 일치해야 한다. 그래야 햄버거를 손으로 쥐고 먹을때 빵과 비율을 최대한 맞춰가며 먹을 수 있다. 또한 반 이상 먹었을때 패티가 빵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단순하게 시각 및 미적 관점만으로도 이유가 충분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능적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실행이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익으면서 수분이 빠져나오면 줄어드니까, 빵보다 10% 넓게 패티를 빚으면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솟아오르지 않도록 가운데를 눌러 주어야 한다. 특히 고기를 많이 쓸 수록, 그 결과 패티가 두꺼워질 수록 중요하다. 식당에서 빨리 패티를 빚기 위해 쓰는 틀/누르개에 가운데를 눌러주는 손잡이가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사항을 안 지키는 “수제” 버거집이 굉장히 많다. 버거 크래프트의 것도 마찬가지. 지나치게 솟아 있어 손으로 먹기가 불편하다. 그나마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본다. 어제 파미예 스트리트를 지나가다 콩부 매장에서, 미트볼이라고 할 만큼 솟아 오른 패티를 끼워 허리가 완전히 잘록한 것을 찍어 인테리어 장식용으로 쓰는 것을 보았다. 실제 매장에서 파는 것이 그렇지 않기만을 바란다.
패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차별화의 제 1 전략으로 선택하는 두툼함-무거움-양 많음으로 본다. 패스트푸드와 차별화를 위해 일단 고기를 많이 써 패티를 두껍게 빚는 것. 버거 크래프트의 패티도 메뉴에 의하면 130g, 인앤아웃 같은 매장에서 쓰는 2온즈(56g)에 비하면 약 두 배다. 전략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위해 기존의 것과 지나치게, 또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을 결정하거나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원리를 깊이 이해하려 들지 않은채 무시할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패티만 해도 그렇다. 무게를 통해 두 배 두꺼워지면 조리할 때 감안해야 할 사항은 세 배쯤 많아진다. 일단 조리 시간도 훨씬 길어질텐데 이는 음식의 회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얇은 패티의 조리 및 유지 관리가 훨씬 편하기 때문. 또한 기본 웰던, 최소한 미디엄 웰 이상으로 익혀야 하는 간 고기의 특성까지 감안한다면 질감의 문제, 즉 퍽퍽함도 두께에 맞춰 더 커질 수 있다. 같은 간 고기 패티를 똑같이 익히더라도 60g 두 장을 겹친 것과 120g 짜리가 만들어 내는 질감은 다르고, 웰던을 피할 수 없는 버거의 팔자를 고려한다면 전자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토핑을 비롯한 온갖 부요소들도 따져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가짓수도, 양도 너무 많다고 느낀다. 탄탄한 기본이 존재하고 거기에 목적에 맞는 요소를 엄선해서 더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치덕치덕 더하고 붙이고 쌓는다. 버거 크래프트의 세 가지 버거가 모두 그런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버거의 두툼한 베이컨은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해 훌륭했지만, 그러므로 패티와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차라리 별개의 샌드위치에서 주연으로 맞을 것을 데려다 낭비한다는 느낌. 베이컨 없이 8,500원이라고 해도 나는 만족했을 것이다. <메탈기어 솔리드 V: 팬텀 페인>의 스토리 카셋트 테이프에서 코드 토커가 ‘햄버거는 고기와 곡물과 채소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2. 온도
패티-만두 속에서 빠져 나오는 “육즙”에 기뻐하는가? 그냥 수분일 가능성이 높고, 온도 조절이 안 되어 배어 나오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이 버거도 그러했다. 베어 물기 어렵거나, 혹은 가능하지만 ‘엇 뜨거운데?’라고 느낀다면 그 패티는 조리 후 휴지 기간을 거치지 않을 것일 수 있다. 이럴 경우 패티가 빨리 부서지는 것은 물론, 수분으로 인해 빵도 곤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필요를 몰라서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지만 먹는 이의 항의를 피하고자 단 1초라도 음식을 빨리 내려는 의지의 반영인지 잘 모르겠다. 그에 비해 토마토는 냉장고에서 갓 꺼낸 듯 차가우니, 둘이 만나는 면의 온도 차이나 질감이 썩 유쾌하지 않다. 파인 다이닝이라면 극적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이런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