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파크-무념무상의 무맛 케이크
그러니까 함지박 사거리로 내려가다가 ‘퀸즈파크’라는 이름의 가게를 발견했다. 유리 너머로 소케이스에 담긴 케이크가 보였다. 음, 퀸즈파크라.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SPC-파리바게트의 ‘업스케일’ 브랜드라는 이야기를 주워 들었다. 과연 프랜차이즈는 ‘업스케일을’ 어떻게 시도하는가, 궁금해져 가보았다.
그리고사실은 바로 돌아 나오고 싶어졌다. 이렇게 못 만든 케이크라니. 이름도 그렇고 미국 다이너풍 콘셉트를 좀 더 고급화하려 시도한 것 같은데 일단 눈으로 보아도 완성도가 너무나 조잡했다. 딱히 새롭다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우피 파이(whoopie pie)’ 같은 건 막말로 코팅도 하지 않은 초코파이 아닌가(심지어 미국에도 초코파이와 똑같은 음식인 문 파이가 존재한다). 그런데 비싸다. 케이크는 8,500원, 우피 파이는 6,000원이다. 그래도 찾아갔으니 맛은 봐야 되겠다는 생각에 당근-치즈케이크와 초콜릿 우피 파이를 각각 하나씩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어보았다.
그런데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맛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그냥 무맛이다. 저 정도 크기에 미국풍이라면 단맛이 꽤 강할 것이라 추측했는데, 아예 하나도 달지 않다. 아니, 단맛이 스쳐 지나가기는 하는데 그 패턴이 설탕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당근 치즈 케이크는 크림 치즈와 향신료의 맛이 조금 났다가 사라진다. (특히 우피 파이는) 질감도 이상하다. 겉은 이미 푸석하게 말라 있고 속은 질척하다. 한 입 이상을 먹을 수 있는 설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형태 만들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이다. 생각의 산물로서 맛이 전혀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원죄’라고 볼 수 없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프랜차이즈만의 미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제품을 만나면, 이제 그 입장을 철회해야 하는 것인지 갈등할 수 밖에 없어진다. 평가의 기준은 한 가지일 수 있지만, 맥락에 맞춰 보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테면 프랜차이즈의 페이스트리를 메종 엠오 같은 가게의 것과 똑같은 기준으로 보려 시도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최소한의 품질을 확보할 때나 가능하다. 이를테면 인간이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물건을 형태만 잡아 놓고 파는 경우라면 프랜차이즈의 생산품이라고 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가격을 보라. 비슷한 콘셉트에 분명 참고로 삼았을 치즈케이크 팩토리 같은 곳의 디저트보다도 만듦새가 형편없다. 공업의 산물이든 뭐든 최소한 먹을 수는 있는 냉동 수입 디저트를 쉽게 살 수 있는 현실에서 저 수준으로 생각이 없는 물건을 파는 건 너무 용감하다 못해 무모하지 않나. 허술한 자기복제 과정을 거쳐 덩치만 불린 다음 가격을 올려 붙이는 건 너무 안이한 고급화 전략이다.
그아…… 크레잎은 딱 봐도 너무 조악한데요. 먹기도 전에 바스라지거나 포크를 대는 순간 퍼석퍼석하게 떨어져내릴 듯. ㅠㅠ
프랜차이즈니까 기준을 낮춰도 어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