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학교 졸업장과 어중간한 케이크 

밖에 나갔다가 트위터에서 우연히 본 케이크 가게에 들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문 바로 앞의 요리학교 졸업장이었다. 보고 싶지도 않으나 졸업 일시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근 10년 전의 일.

다음으로 어중간한 공간이 들어왔다. 앉아서 먹기에도, 과감하게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하기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공간. 가운데가 텅 비어 있고 오른쪽으로 최대 여섯 명 수용 가능해 보이는 바가 ‘ㄱ’자 형으로 벽을 타고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약 30도 각도로 놓인 작은(폭 약 1,200) 진열장은 ⅔를 케이크가, 나머지를 마카롱이 차지하고 있었다.

졸업장, 공간, 그 다음 진열장. 트위터에서 딸기 쇼트케이크를 보고 간 건데, 나머지는 딱히 먹고 싶도록 생기지 않았다. 청포도 타르트라니. <올리브 매거진> 이번 달 디저트 리뷰에 썼다가 넘쳐 지운 한 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청포도 타르트 같은 걸 디저트라고 여기지 않는다.’

바로 그 딸기 쇼트케이크(계산이 맞다면 5,500원)은 지극히 평범했다. 물론 장점은 있었다. 시럽에 잘 적신 제누아즈 덕에 전체의 질감이 우아하다면 그러했다(끝내서 좀 알갱이가 졌지만). 딸기도 절제(?!)해 방해가 되지 않았고 신맛이 산뜻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했고, 만듦새는 오히려 평균에서 조금 아래였다. 피스타치오-리치 맛이라는 마카롱(2,700원)은… 쫄깃했다.

 불쾌했나? 그렇지는 않았다. 돈이 아까운가?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단 두 가지 품목을 먹은 상황에서 재방문 의사가 있는가? 전혀 없다. 그리고 이는 온도는 그럭저럭 맞지만 납작(stale)한 커피(4,000원)까지 감안해 내린 결론이다. 가게를 나서면서, 아니 케이크를 한 입 먹었을때 든 생각은 의구심이었다. 이것은 경험이 부족한 이의 맛이 아닌가? 모두가 볼 수 있는 자리에 걸어둔 졸업장이 아니라면 나는 이 디저트를, 조리학교 갓 졸업한 이의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제품은 팔 수 있을 만큼 만들 기술을 갖췄지만 맛의 비전이랄게 없었다.

굳이 상호나 위치를 밝히지 않는 건, 무엇보다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내리막길을 걷는 상권의 주변부에 자리 잡은 가게다. 우연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 예상할 수 없다.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존재를 알고, 목표를 가지고 찾아오는 가게다. 그런데 특별한 아이템이 있거나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아니다. 다른 가게에서 대체물을 찾을 수 있는 케이크와 마카롱이 각각 열 종류 이하다(마카롱은 열 가지 조금 넘을 것이다). 말하자면 흔한 케이크를 내놓는다. 널린게 딸기 쇼트케이크와 청포도 타르트, 롤케이크다.

그렇다고 해서 완성도가 아주 높은 것도 아니다. 누구나 파는 종류라면 평범하기만 완벽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맛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둘 다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넓거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한편 나는 벽에 체면치레격으로 바를 놓은 의도가 너무 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그 정도로 높고 좁게 바를 달고 스툴을 넣는다면 아래 벽에 가방을 걸 수 있는 행어라도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간은 좁으면서도 휑덩그렁했다.

이런 가게에 가면 나는 궁금해진다. 2015년도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과연 사람들은 이 정도면 먹힐 거라 진심으로 믿는 걸까. 음식을 못 만든다고? 그럴 수 있다. 그럼 나머지라도 잘 다듬어 준비할 수 있다. 커피일 수도, 공간일 수도 있다. 그건 남의 능력을 사다가 구현할 수 있는 미덕이다. 그런 것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관심과 어중간함이 정확하게 교차하는 지점 위에 놓여 있다. 이런 와중에 문 바로 앞에 놓인 요리학교 졸업장이라니, 너무 쉽게 가려고 하는 것 아닐까? 다시 한 번, 2015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진짜 이 정도면 이 거친 프랜차이즈의 물결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