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앤아웃 버거와 배달 스타트업, 패스트푸드의 스펙트럼
지난 주,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IT 종사자들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앤아웃버거와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것. 최초 발화자는 전자가 후자를 고소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보통 햄버거 가게 같으면 매출이 늘어난다고 환영할텐데’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문제는 인앤아웃이 정확하게 ‘보통 햄버거 가게’가 아니라는 점. 맥도날드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지만 인앤아웃은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품질 관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있다. 현재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에만 집중적으로 몰려 있고, 텍사스에 소수의 매장이 있다. 지난 9월 오레곤 주에 진출, 첫 매장을 열었다. 팁 등 다른 문제도 있겠지만, 인앤아웃이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위상을 조금만 생각할 수 있으면 배달 스타트업 따위를 환영할 이유가 전혀 없다(따라서 저런 의견에 ‘KFC는 계약했습니다’라고 덧붙이는 것도 우스운 일).
난 발화자가 이 사실을 알고 언급한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했다. 트위터의 태생적인 불완전함-자수제한으로 인한-탓에 때로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내 돈을 걸어야 한다면 ‘몰랐다’는 쪽. 여태껏 내가 읽어온 발화자의 글이나 트윗 등을 보면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실리콘 밸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멘토’로 자리매김하며 IT나 스타트업 등의 미덕을 설파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여러 모로 미국 문화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지역에서 과연 그 ‘문화’적인 측면까지 흡수하고 들어와서 영업을 하는지 난 그게 늘 궁금하다. 그건 무엇보다 저 인앤아웃 버거의 발화에서도 그렇듯 ‘낯설음을 떨쳐내지 못한 외부인’의 시각과 정서를 언제나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당사자는 의식조차 못 할 가능성이 크지만.
‘공유경제란 그저 허울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어차피 내 분야가 아니므로 굳이 글까지 쓸 의향은 없다. 다만 그것이 음식과 얽혀 있는 경우라면 생각해볼 수는 있다. 이를테면 맛없음이 일상이고, 그를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인 담론이 없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음식 스타트업’ 같은 것은 일종의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가치를 믿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많은 경우 그것의 근간이 되는 ‘목록/데이터베이스 작성’ 또는 ‘줄세우기’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의 목록이나 순위를 만들어 팔아봐야,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코릿?).
하여간 거기까지. 그보다 패스트푸드를 향한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정확하게는 선입견을 품는 기준이다. 많은 이들에게 ‘패스트푸드=질 낮은 음식’이라는 등식은 일종의 조건반사다. 심지어 음식 자체의 질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패스트푸드를 질 낮은 음식이라 치부할 때는, 인간의 삶 그 자체의 질을 격하시킨 주범이라는 스티그마가 딸려 다닌다. 이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생각은 없다. 자동차의 어셈블리 라인식 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가속화된 조리는 주변 맥락을 통째로 바꿔 버렸다. 하지만 그 또한 과거다. 패스트푸드 내부에서도 엄청난 분화가 일어났다.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단지 주문에서 취식 사이의 시간을 기준으로 모든 패스트푸드를 범주화하면, 인앤아웃과 맥도날드 사이의 큰 차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날드마저 스티그마 떨치기를 과업으로 삼아 애를 쓰고 있는 현실이다. 쟁반 종이에 깔린 재료의 품질에 대한 홍보물을 보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를 납득시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마디로 패스트푸드는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무조건 ‘질 낮은 음식’이라 몰아 붙이기만 하는 것도 게으른 전략일 수 있다는 말이다.
너무나도 쉽게 잘 먹히는 ‘한식 대 양식’의 대결구도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의도적이면서도 나태하다. 이를테면 이런 논리다. 국밥을 예로 들어 ‘빨리 말아 내지만 오래 끓여 준비하므로 슬로 푸드’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의도와 나태를 지나 순진하고 따라서 악하다. 그런 식으로 음식의 빠름과 느림을 규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음식의 질을 논하려면 특정 음식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를 살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동물 복지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키운 소-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다. 한우라고 무조건 우수한가?-의 고기와 뼈를, 무조건 오래 끓였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어야만 할까? 반대로, 인도적으로 키운 소의 고기와 즉석도정에 가깝게 품질 관리한 밀가루로 구운 빵의 햄버거는 주문 후 3분 만에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음식인가? 이런 이분법으로 밀어 붙이기에 세상과 음식 생태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졌음을 인식 및 인정해야 한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같은 가격대로 비교하자고? 그럼 한식은 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또 하나의 큰 주제이니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