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이나니와 요스케-350년 전통의 압축?

IMG_8797<압축 성장의 고고학>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엉뚱하게도 시청의 우동집 이나니와 요스케 생각이 났다. 먹고 나오는데 계산대 바로 옆, 입구로 통하는 복도에 판매용 면과 쯔유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명함에는 ‘350년 전통 이나니와 우동’이라고. ‘그럼 저 전통이 완제품 면과 쯔유로 압축되어 한국에서 반조리 형태로 팔리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IMG_8799그 자체가 불만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설픈 ‘완조리’보다 착실한 반조리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면 잘 삶아 물기 잘 털고,  쯔유 잘 타서 온도 잘 맞추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엄청나게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 음식이 바다를 건너올 때 거의 의무처럼 빠지는 디테일 이상의 것이 떨어져 나간 맛은 아니었다. 특히 국물 속의 버섯은 훌륭했다.

IMG_8801다만 우동류에 그치지 않고 꽤 여러 종류의 요리도 선보이는데, 이것들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새우 크림 고로케를 시켰는데 시점(우동을 거의 다 먹었을때 등장), 온도(기름-접시-식탁을 1분 내에 거친 것 같은 뜨거움)과 온도 모두 아쉬웠다. 맛의 측면에서는 튀긴 상태나 간 등이 괜찮았으나, 속의 질감은 조금 진 편이었고 생 밀가루 맛을 살짝 느꼈다. ‘크림=루’인가. 디저트로 먹은 두부 푸딩 또한 부드러움과 알갱이를 살짝 느낄 수 있는 질감이 중심에서 살짝 빗겨나간 상태. 이 모든 건 대부분 ‘그 지점까지 완성하는 것의 의미/필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IMG_8802

그래서 결론. 근처의 아닌듯 러한 황량함을 감안할때 우동 한 그릇 끼니로 먹거나, 적당히 맥주 한 잔 마시려 들때 옵션의 하나 정도로 고려는 해볼 수 있겠다. 좀 더 복작거리는 지역에서 더 맛없는 걸 피해 먹고 덕수궁 돌담길 걷는 정도에 괜찮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