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돌치 1946-시대착오적 수입 디저트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래마을 매장의 공사 기간은 참으로 길었다. 투썸 플레이스 자리에 ‘유럽 디저트 매장’이 들어온다는 현수막을 보았는데, 어느 순간 그것마저 없어지고 계속 공사중이었다. 대체 뭐가 들어오는 걸까. 궁금함을 해결 못하는 가운데 압구정 현대 등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파는 제품을 보았다. 계란을 포함한 모든 제품의 원산지가 국내 아닌 유럽인 것으로 보아, 냉동 완제품을 들여오는 것이라 추측했다. 지난 토요일, 드디어 서래마을 매장이 문을 열었기에 티라미수와 ‘레몬의 기쁨’이라는 디저트를 사다 먹어보았다. 각각 6,000원, 5,500원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빈디(Bindi)’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랜드라고 한다.
장점? 없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우리 입맛’과 거리가 멀다. 디저트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달고 또 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크림 안쪽에 스폰지 케이크와 레몬 커드가 든 ‘레몬의 기쁨’은 이름처럼 레몬의 기쁨이 줄줄 우러 나오지만 굉장히 공업적이다. 이탈리아산 레몬 드링크, 더 나아가 레몬향 듬뿍 든 사탕을 녹인 듯한 독한 향이 풍겼다. 당연히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둘 다 ‘제조 후 냉동-(상대적인) 장기 보관-해동 후 판매’라는 과정의 흔적이 질감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티라미수 바닥에 깔린 스폰지의 마른 질감과 거기에서 꿀럭거리며 배어 나오는 커피의 협공은 상당히 불쾌했다.
지방이 많이 들어간 식품은 냉동 보관이나 유통에 잘 버틴다. 디저트도 기본이 지방이니 여기 속한다. 따라서 수입 냉동 디저트 자체가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수준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 정도의 공업풍 맛이나 열화된 질감이라면 독립 매장이나 백화점 식품관보다 코스트코 혹은 이마트의 냉동 진열장이 제자리라고 본다. 달리 말해, 현지의 위상과 상관 없이 우리나라에서 크게 의미 있는 대접을 받을 만한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맛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장점을 나머지 단점의 총합이 압도한다. 말하자면 이탈리아든 어디든, 유럽의 프랜차이즈 제품을 냉동 수입해다가 매장을 차려 풀었다는 느낌이다.
서비스라며 받아온 페이스트리를 보면 기본적으로 조악한 품질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냉동 생지를 들여와 구워 파는 모양인데, 페이스트리의 켜가 완전히 뭉쳐 있어 씹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그 정도의 품질이거나, 아니면 들여오는 과정에서 생지가 녹아 켜가 붙어 버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속에 든 잼은 젤라틴 덕분인지 완전히 한 덩어리였다. 사진을 보라. 직원이 페이스트리-크루아상 가운데 하나를 서비스로 주겠다며 ‘버터 대신 마가린을 썼다’고 소개했는데, 난 아직도 내 귀를 의심하고 있다. 그건 장점이 아니니까. 이탈리아 야간 기차에서 공짜로 주는 것보다 못한 생김새라니.
이런 제품을 만나면 사업자의 사고 과정이 궁금해진다. 과연 이 정도면 잘 팔릴 거라 보았을까. 기술을 요하는 종류가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복잡도라면 현지 생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이 이탈리아 음식-디저트의 장점 아닌 장점 아니었던가. 현지 생산품을 냉동해서 들여오려면 조직의 열화 등을 감안하고도 국내의 소비층에게 호소할만큼 장점을 지녀야 하는데(피에르 에르메/라뒤레 마카롱 수준), 이 디저트에는 그런 점이 전혀 없다. 심지어 크림 브륄레도 있는데, 설탕 층은 물론 과일마저 현지에서 얹은 채로 냉동해 들여와 해동해 파는 것이라면 완성도 측면에서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 식문화가 아주 먼 길을 가야만 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실현이 어렵지도 않거니와 현지 생산품이 그 먼 길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못 준다. 그냥 너무 안이한 건 아닌가. 아니면 크게 착각을 하고 있다거나. 시대착오적이다.
업자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온거 같네요
참…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