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 대동관-냉면의 온도, 만두의 참기름
마침 동선이 맞아 강서구청 건너편의 대동관에 가보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산 대동관의 분점이라고 한다. 작년 언젠가 일산 아이맥스에 갔다가 먹어보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빴다고 생각 안 하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 하여간 거냉면(10,000원)을 시켰는데 무엇보다 처음부터 짠맛 쪽으로 기울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단맛이 거의 전혀 없다는 말. 조미료에는 기복이 좀 있는 모양인데 내가 먹을때는 다른 곳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조미료 미터’가 올라오는 시기를 지표로 삼는데, 거슬릴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다. 면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가는 편인데 어디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쫄깃하지 않았다. 하늘하늘한 질감은 좋았는데 딱히 ‘메밀향’이라는 것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이 메밀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늘 생각하게 되는데 때로는 유니콘 같은 존재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좋았던 가운데, 온도에 대해 좀 생각해보았다. 거냉면이라는 건 말 그대로 얼음을 걷어낸 냉면. 그럼 당연히 온도가 높을텐데, 어느 지점까지를 정확하게 ‘냉면’이라고 볼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이날은 온도계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는데, 한창 취재를 하던 지지난 달에는 냉면다운 긴장감을 지녔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온도가 영상 8-9도 이하였다. 이 냉면은 확실히 미지근하다는 생각. 한편 그 온도를 내는 방법도 중요하다. 냉면이라면 온도의 주 요소는 면, 국물, 그릇의 셋이다. 이 셋이 각각 A라는 온도를 지니고 한데 합쳐지는 것과, 하나의 지극히 차가운 요소가 다른 요소로부터 열을 빼앗아 A라는 온도에 이르는 건 다르다. 커피를 잘 내리는 과정 가운데 잔 데우기가 포함되는 것과 같는 논리. 이 냉면은 면을 젓가락으로 풀어 헤치니 바닥의 안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나왔는데, 곧 국물에 휩쓸려 미지근해졌다. 면이 국물에 차가움을 잃는 것을 보인다. 그릇을 차갑게 보관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머지 두 요소의 온도는 좀 더 낮고 또 균일했으면 좋겠다. ‘거냉면’이라면 온도는 저것보다 낮으면서 얼음만 없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손이 한 단계 더 갈 뿐. 내가 우래옥을 높이 사는 건, 이 온도가 각자의 요소에게 최선인 채로 합쳐져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은 만두. 일단 피는, 식탁에 찢어지거나 터지지 않고 멀쩡하게 나온 것이라면 전분을 섞었고 따라서 다소 뻣뻣하다. 그걸 감안하면 속은 평양냉면집에서 냉면만 먹기 아쉬워 꼭 시키게 되는 여느 만두보다 좋았다. 다만 ‘담백’과 ‘슴슴’이 미덕이라 통하는 이런 음식점에서조차 참기름은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완전히 빼도 되고, 대신 속에 소금으로 간을 좀 더 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쨌든, 이제는 좀 멀어졌지만 강서구에 평양냉면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건 좋다. 다만 글을 쓰는 현 시점에서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디저트 먹을 곳은 생각나지 않는 것이 옥의 티. 2분 거리의 스타벅스가 대안인가…
P.S: 계산대에 물에 우려 마시는 볶은 메밀을 팔아서, 혹 생메밀도 팔면 집에서 면 뽑는 시늉이라도 해볼까 물어보았다. 생 메밀은 안 판다고. 한편 국산 메밀은 재배하는 곳이 드물어 구하기 쉽지 않은데 좋은지도 모르겠다고. 몽고 메밀이 좋다고 한다.
강서구민으로서 단비 같은 가게네요.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