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에탈프-이해할 수 없는 ‘더치 아메리카노’
마실 수 있는 차를 원래의 깡통에 조금씩 담아 케익 쇼케이스 위에 올려 놓았다. 가향차, 각자 확실한 향이 난다. 라벤더 케이크를 고르고 열심히 맡아 보았는데 그렇게 확실하지만 딱히 어울릴 만한 느낌을 주는 건 없었다. 그래서 커피를 골랐다. 곧 두 종류의 케이크가 나왔는데 (사진 참조), 풍부하고 그에 맞는 정도의 단맛은 지녔지만 후각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특히 그 정도의 향을 지닌 차를 판다고 내놓은 맥락까지 감안한다면 균형이 너무 맞지 않았다. 출처를 알려줄 실마리를 배제하고 누군가 사다준 걸 먹는다면 기억에 전혀 남을 것 같지 않는 맛, 질적인 향상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양적 팽창이다. 커피는 왜곡의 가능성이 높으니까 배제하더라도 수입되는 주류나 차 등등은 기성품으로서 그 동네에서 추구하는 맛이냐 향의 수준/강도 등의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건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해버리면 맛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케이크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운데, 커피는 의도나 설정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디’가 전혀 없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먹는 티백 우린 것이나, 정말 20년 전 헤이즐넛 커피가 유행하던 시절의 커피 느낌. 정확하게 이게 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더치 아메리카노’였다. 흔한 캡슐 머신의 커피도 아니라면 분명히 의도가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맛보다는 편리함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지방+설탕인 케이크를 찬물에 체면치레하듯 우려낸 더치 커피로는 가셔내기가 어렵다. 요즘 약하게 볶는 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레스토랑에서는 그래도 진한 커피를 많이 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혹 차와 비슷한 느낌의 커피를 내고 싶은 의도였을까도 생각해보았는데, 기름을 추출해내야 하므로 커피의 상황은 차와 다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더치는 커피를 즐기는데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커피의 눈물’이니 하는 딱지를 붙여 파는 현실을 조소한다. 하물며 그걸 따뜻하게 데워내다니. 정말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었다.
개인적으로 더치는 아로마로 먹는게 아닐까 합니다. 이걸 다시 재가열해서 그것마저도 날려버린 따뜻한 더치는 저 역시도 이해가 안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