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고로케’의 맛내기 전략
지난 주 백화점에서 사먹어본 고로케, 2,500원이다. ‘건강을 위해 오븐에 구운 다음 기름에 살짝 튀긴다’는 콘셉트를 내세워 홍보하던데,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오오 내가 건강한 고로케를 먹는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단 ‘기름의 열량=살찌는 열쇠’라고 보기도 어려운데다, 설사 그러해서 기름을 걷어내거나 적게 쓰는 것이 목표라면 튀긴 다음 종이 행주 등으로 기름을 흡수시켜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튀김의 맛을 내는 동시에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율적 대량생산을 위한 여건을 감안한다면 그런 방식으로 하나씩 기름을 걷어내는 게 쉽지 않을 테고, 그렇다면 이러한 두 단계 조리 전략이 나쁘지는 않다. 일단 정적인데다가 기계가 더 큰 역할을 하는 오븐 조리(소위 ‘inattentive cooking’)는 상대적으로 덜 숙련된 인력의 조리 실수와 그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막아줄 수 있다. 튀기는 발효빵의 경우 2차 발효가 끝난 걸 기름에 넣는 과정에서 모양이 망가지기 가장 쉬울 뿐더러, 기름이라는 위험한 매질을 통해 순간적으로 고른 조리를 하기 위한 숙련도를 쌓기란 꽤 어려운 일이기 때문. 게다가 오븐으로는 한꺼번에 많은 고로케의 조리 수준을, 그것도 균일하게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효율적인 전략임은 분명한데, 그 활용은 다소 아쉬웠다. 가벼우면서도 바삭해 일단 질감 면에서는 튀김의 본분을 일궈낸 가운데, 색이 좀 덜 나도록 약하게 튀겼기 때문. 음식의 맛내기에 웬만하면 가져다가 붙일 수 있는 마이야르 반응은 오븐에 굽는 빵이나 기름을 쓰는 튀김에서 똑같이 얻을 수 있는데, 이 정도로 색이 약하게 돈다는 건 맛도 그만큼 덜 끌어내었다는 의미다. ‘짙은 색깔=더러운 기름’이라고 소비자가 너무 쉽게 생각해버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데, 깨끗한 기름을 적절한 온도로 올려 조리하면 맛을 더 들일 수 있을 뿐더러 100% 새 기름이 튀김 맛에 최선이라는 근거도 없다(<Modernist Cuisine>에 의하면 완전히 새 기름에서 최선의 튀김맛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또한 그와 함께 좀 더 강렬한 맛을 내주는 소금간 또한 꽤 약했다. 계란+으깬 감자의 속 조합이었는데, 그 둘이 지닌 맛의 특성에 튀김이라는 음식의 성질까지 감안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소금간을 해야 느끼하지 않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치고는 훌륭한 완성도였는데, 소비자가 낼 수 있는 잠재적 불평 때문에 좋은 전략을 쓰면서도 맛의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늘 하는 얘기지만, 우리가 현재 음식에 맛을 내는 “전통”적 방식을 감안하면 좀 더 튀기고 소금간을 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