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뒤 치킨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제 오후 갑자기 찾아온 몸살-근육통과 발열 및 오한-에 대한 의문이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밖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내내 후보로 꼽은 동네를 돌며 집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다섯 시간 동안 내리 원고를 썼지만 결국 마무리는 못하고 저녁을 먹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조금 부어 있었는데, 다시 한 두 시간 쯤 더 일을 해 끝내고 나니 괜찮아져서, 나가서 영화도 보고 뭔가 먹으러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심산으로 청소를 시작했는데, 끝으로 갈 수록 상태가 나빠졌다. 그래서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열 시가 다 되어 집 앞 의원 응급실에 갔다. 무엇보다 일요일의 문제는 일요일에 해결을 해야 한 주를 멀쩡히 생산적인 인간으로 살 수 있기 때문. 2주 전 겪은 장염 증세와 비슷하지만 정작 장은 멀쩡해서, 주중에 돼지고기를 갈다가 도구에 베인 상처를 통해 균이 들어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 짐작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그냥 웃기만 했다. 어쨌든 한 시간 동안 수액과 항생제, 알 수 없는 다른 주사와 보험이 안 된다는 비타민을 한꺼번에 맞고 살아났다. 사실 일요일 내내 먹은 게 별로 없었고, 한 끼는 반드시 남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패턴이라도 지켜볼까 교촌에 들러 치킨을 사왔는데 별 맛은 없었다. 아무래도 고기나 튀김옷에 반죽을 안 하고 튀긴 다음 소스를 바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듯. 게다가 항상 너무 많이 튀겨 고기가 아닌 과자를 먹는 느낌이기도 했다. 한편, 감자는 잘 튀겼으나 속이 꺼끌꺼끌했는데 이는 역시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비율이… 이하 생략.
새해 시작된지 이제 딱 한 달 지났는데 그 사이에 두 번이나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올해는 뭔가 다를 것도 같다. 다만 그게 안 좋은 방향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
다 나으신 건가요? 이제 곧 구정이네요. 건강한 한 해 기원드립니다.
네 올해는 시작부터 비척비척거리고 있습니다. 한 해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