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그, 밥버거 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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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해 지면에 안 나간 이야기를 보충해보자.

0. 일단 밥도그부터. 밥버거를 먹으면서 어찌 밥도그를 안 먹겠는가! 라며 호기롭게 편의점에서 레모네이드까지 증정 받아가며 먹어봤는데, 빵 대신 밥을 쓴다는 발상은 비슷해도 결과는 사뭇 다른 음식이다. 핫도그의 ‘옷’을 밥으로 만들었는데 꽤 얇고(심지어 일반적인 밀가루 옷보다도), 빵가루를 입혀 튀겼으니 맛도 더 좋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크로켓의 다른 이름. 다만 밥버거만큼 배가 부르지는 않다.

1. 빵을 밥으로 일대일 치환하는 음식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부피가 같더라도 밥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 밥은 밥, 빵은 빵.

2. ‘누가 밥버거 안 좋은 것 모르나, 돈이 없으니까 먹지. 밥을 줄인 김밥은 비싸다’라는 반응을 들었다. 일단, 글의 목표는 저가 음식 자체나 그 소비자의 비난이 아니다. 밥버거라는 음식에 분명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크며 그게 의도적인 설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려 했을 뿐이다. 새로운 형식을 창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고(주먹밥)이고 궁극적으로 퇴화다. 선택지가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이, 스스로 어쩔 수 없는 형식을 유지만 하더라도 새로워 보이는 것보다는 낫다. 그럼 새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시 한 번, 그것은 진정 새로운가?

2-1. 그래서 밥버거가 세상의 악이며 사라져야 할 음식이라고 그랬나? 새로워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니 굳이 지속가능해야만 하는 식사 유형이 아니라고 말한 것 뿐.

3. 대안. 누군가 ‘글에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할 수 있는 지적이고 귀 기울이지만, 굳이 동의하지 않는다. 일단, 한정된 지면을 놓고 의뢰자의 의도까지 파악한다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탄수화물 과잉’과 ‘개인적이지 않는 식단’에 대해 언급한다면 상당 부분 문제는 전제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참고 서적까지 명시했다. 나머지는 당신의 몫일 수도 있다.

3-1. 그래서 대안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없다.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시간이나 노력, 궁극적으로는 돈을 아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지언정 집밥 찬양론자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 한 끼 예산이 2,000원인데 조리를 잘 못 한다면, 난 계란을 삶고 현미밥을 해 먹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모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과 도구도 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든 타인이, 또 조리를 한 것 같은(즉, 양념을 한-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장류를 적극적으로 쓴) 음식을 먹고픈 인간의 문화적 욕구에 반하기 때문이다. 2,000원에 한 끼를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할 아이디어를 대안이라고 제공할 수는 있지만, 또한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만약 한 끼 2,000원 이상을 쓸 수 있는, 나은 현실이 궁극적인 대안이라면, 그건 또 다른 담론이 다뤄야 할 과제다.

5. 담론. 그것의 형성이 나의 목표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의견을 내지만 이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나. 그리고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비싼 음식이라 무조건 더 의미있고, 싸서 반대인 건 아니다. 아이즈에서 이런 주제로 의뢰를 했을때, 나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응했다. 무엇보다 해보지 않은 것이고, 틈새를 찾는데 소질 있는 그들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 증정 받은 레모네이드 안 먹었는데, 드실 분?

1 Response

  1. 가녀린 얼음요새 says:

    집에서 밥 해먹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1인으로서, 대학 구내 식당 같은 걸 동네에서 조합 형태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학교에 있을 때 불평하며 먹었던 구내 식당의 1700원짜리 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보다 맛도 다양성도 떨어지는 밥을 더 싸지 않은 비용으로 직접 해먹으며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