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린다
2,000km는 족히 땅을 밟은 운동화를 다시 신발장에서 꺼냈다. 은퇴시켰고 사실 이사하면서 버리려다가 우유부단함에 들고 왔던 건데 아무리 봐도 아직 현역으로 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2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체육사(?)에서 장고 끝에 산 다음 운동화가 무겁고 뻣뻣해서 현재의 내 상태(?!)에는 맞지 않는 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산악 달리기 같은데 신어야 할 것 같은데 잘못 샀다.
어쨌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프 마라톤 도전으로는 3년- 3년 반 만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헛된 시도는 몇 번 했다. ‘이제 다시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10km부터 찬찬히 뛰어보려 했으나 여명 808 주최 대회에 등록해놓고 전날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참가 못한 적도 있고(대회 나가서 완주하고 기념으로 여명을 받아 해장을 했어야…;;), 뭔가 분명 등록을 했는데 번호판이고 뭐고 아무 것도 오지 않아서 궁금해하다가 어느날 문득 검색해보니 한 달이나 지난 대회도 있었다. 물론 돈도 함께 날렸다. 그 짓을 몇 번 하다가 고르고 골라 이번엔 파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신청했는데, 여태껏 분명히 신청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못 받은 대회가 몇 번 있다보니 이것도 정말 참가하게 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리는 열심히 늘리기 시작했다. 사실 10월 초의 대회는 연습에 나쁘다. 적어도 두 달은 잡고 거리를 늘려야 되는데, 그럼 시작을 8월초, 걷기는 물론 숨쉬기조차 힘든 한 여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당연히 그렇게는 하지 않고, 약 2주 전부터 밤-저녁 위주로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건대 기록이 너무 저조해 과연 20km 넘는 코스 완주가 가능한 상태를 10월 초까지 만들 수 있을지 그것도 스스로 장담을 못하고 있다. 운동은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근력이 아닌 정신력이 문제다. 솔직히 귀찮다. 그래서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정말 거리를 늘리지 못해 완주를 못하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건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도라도 해봐야 핑곗김에 새 운동화도 살 수 있다. 달리자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