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세설(2)-비빔국수와 무글루텐 식단
*NOTE: 원래는 1회부터 순서대로 올려야 맞겠으나 요즘 막말로 미친듯이 무 글루텐 식단이 엄청난 건강식이라도 되는 것 마냥 떠들어대고 있기는 걸 참을 수가 없어 두 번째인 이 글 부터 올린다. 간단히 말하면 그렇다. 거의 모든 대체 식단은 건강하지 않고 또 건강할 수 없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건 조절을 통한 균형이지, 특정 요소의 제거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균형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 삼되 개인이 경험을 통해 완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달리 말해, 어떤 이론이든 무작정 따르는 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좋은 반론을 여러 매체에서 찾을 수 있는데, 동아사이언스의 기사에 내 글에 담지 못한 과학적인 설명이 더 자세히 담겨 있으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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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면은 포장지의 조리 시간보다 30초 덜 삶아 찬물에 헹궈 소쿠리에 받쳐둔다. 김치는 가볍게 짜 송송 썬다. 계란은 냄비의 물이 끓으면 바로 불을 꺼 6분 뒤 건져 찬물에 식힌다. 면 위에 김치, 그 위에 계란을 올린다. 참기름은 한 방울만 똑, 흘려 향만 더해 비빈다. 고추장은 ‘옵션,’ 장마철 점심 메뉴로 어울리는 비빔국수 완성이다. 찰기 덕분에 한 젓가락 집어 빨아 들이면 끊기지 않고 쪼로록 딸려 올라온다. 입에 넣고 씹는 재미도 딱 좋다. 고소한 밀맛은 덤이다.
쌀보다 밀로 만든 면이 더 찰기를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백질 글루텐(gluten) 때문이다. 조직이 그물이나 사슬처럼 생겼다. 밀은 물론 보리, 호밀에 존재하니 국수, 빵, 케이크, 맥주는 물론 각 곡물의 전분을 첨가물로 쓴 모든 음식이 글루텐을 함유한다. 국수도 그렇지만 글루텐은 빵에서 더 중요하다. 반죽을 발효시키면 부풀어오르는데, 이 힘에 잘 버텨야 빵이 뭉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빵에는 힘이 센 밀가루, 즉 강력분(强力粉)을 쓴다. 한편 바삭함이 매력인 과자에는 힘이 약한 박력분(薄力粉), 장마철 점심으로 비빔국수만큼 제격인 수제비 반죽에는 둘 사이의 중력분(中力粉)을 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을 수록 힘 센 밀가루다.
이러한 글루텐을 뺀 무 글루텐 식생활이 요즘 인기다. 근원은 미국이다. 월 스트리트저널의 6월 22일자 보도에 의하면, 지난 4년 동안 무 글루텐 식품의 매출액이 115억 달러에서 233억 달러로 뛰었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국내에서도 관련 제품이며 요리책 등이 슬슬 등장하고 있다. 관건은 당연히 건강이다. 글루텐 함유 음식이 몸에 해롭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 그렇다. 유전질환인 셀리악병 때문이다. 소장의 영양 흡수를 방해해 설사나 복통, 빈혈과 영양실조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알러지다. 백신이 나왔지만 현재 실험 단계이므로 무 글루텐 식단이 유일한 치료책이다. 안 먹어야 낫는다. 육류, 과일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고, 탄수화물은 쌀, 감자, 옥수수, 콩 등으로 섭취한다.
사실 셀리악병 발병률은 굉장히 낮다. 미국에서도 인구의 1% 이하다. 쌀이 주식인 동양은 그보다 훨씬 적고, 중앙일보의 작년 12월 기사에 의하면 국내의 발병 사례는 성인 1건이 전부다. 굳이 무 글루텐 식품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유행에 휩쓸리는 건 아닌지 짚어 볼 일이다. 식단의 실천도 어렵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에서는 영양의 불균형을 문제로 꼽았다. 무 글루텐 대체 제품을 비교하니 칼슘이나 비타민 A 등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탄수화물 또는 당 함량이 높다는 것이다. 한식은 밥 위주라 괜찮지만 밀가루를 쓰는 고추장 등 장류가 복병이 될 가능성은 있다. 물론 이것도 셀리악병으로 식단 통제가 필수인 경우니 거의 대부분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진짜 관건은 맛이다. 무 글루텐 식품은 맛이 떨어진다. 빵의 예를 들어보자. 쌀, 아몬드 가루 등에 감자, 타피오카 전분 등으로 찰기를 보태는데 밀가루 한 가지로 만드는 것보다 구수함도, 쫄깃함도 떨어진다. 꼭 먹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고 싶다. 국수는 더하다. 쌀로는 입에 후루룩 감겨 올라가는 찰기를 재현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하다. 무 글루텐 식품의 등장은 다양성 확보의 측면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모두가 검토해야 하는 식단은 아니다. 균형 잡힌 식단은 글루텐을 아우르고도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비빔국수 없는 장마철 점심, 그 얼마나 허전하겠나.
어느 발효종 파티쉐는 식빵반죽을 일부러 치대지 않고 만들어요. 하긴 발효종 반죽들은 묽어 반죽하기도 힘들긴 하지만서도.요
그게 말이 되나요? 어차피 발효시키고 또 밀가루로 만들 빵이면 반죽을 해야죠. 반죽 안해도 글루텐은 발달합니다.
에, 그렇조.
그 파티쉐는 그러니까, 많이 치대며 나오는 닭 가슴살 같은 식빵은 소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설렁설렁 반죽을 해서 보들 식빵을 굽는다해요.
말씀 처럼 반죽을 하지 않아도 글루텐은 생기니까요.
이해는 하는데 그럼 원하는 만큼 부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실 무반죽 빵의 존재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갑니다.
글루텐의 형성을 억제 하기 위해서 반죽을 적게 한다라… 조금 이해 하기 힘든데요 프랑스 빵 같은 경우
일본식 식빵에 비해서 월등히 적은 믹싱을 하지만 물이 더 많이 들어가고 발효 시간이 길어서 글루텐이
형성될 여지는 적지 않기 때문에 이는 글루텐의 형성을 적게 가져가 소화가 잘 되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것 같은데요…
네, 저도 이해 안 갑니다. 만드는 사람이 이해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무반죽 빵은 반죽을 하지 않아도 글루텐이 생기잖아요.
하아악!! 저도 이거 너무 싫어요!! 노 글루텐식단은 진짜 먹으면 아픈 사람이나 하는 거지 왜 돈 더주고 맛없는 걸 먹겠다고 드는 지!! 그러면서 다른 몸에 안좋은 거 먹을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