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뇨끼
‘감자다, 뇨끼를 만들자!’라는 충동만으로는 아무 것도 만들 수가 없다. 이게 아마추어의 수준이다. 레시피 같은 것 들여다보지 않고도 즉흥적으로 먹을만한 음식을 쓱싹, 만들어 내려면 적어도 밭 한 뙈기 분량의 감자 정도는 반죽해야 하지 않을까. ‘감을 잡는다’는 결국 ‘시행착오를 겪는다’와 같은 의미다.
종종 생각없이 뇨끼에 도전했다가 물에 풀어져 형체가 사라지는 걸 보고, 간만에 마음을 다잡고 레시피를 정독했다. 핵심은 1. 감자는 굽는다; 2. 계란을 쓴다; 3.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오래 치대어도 된다 였다.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만들었더니 정말 끓는 물에서도 형체를 유지하는 뇨끼를 만들 수 있었다.
예전에 몽고네에 대한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감자 반죽을 등분하는 것만으로는 뇨끼의 절반 밖에 완성하지 않은 셈이다. 핵심은 어떻게든 소스를 더 잡아 끌 수 있는 주름을 넣어주는 것이다. 마침 작년 미국 여행에서 사온 나무 틀이 있어 써보았는데, 하나씩 주름을 잡아주어야만 하므로 이 전 과정까지 들인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게다가 주름이 너무 섬세한 나머지 삶으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어, 차라리 포크 등에다 굴리는 편이 나을듯. 소스는 간단하게 볶은 베이컨 기름에 샬럿, 로즈마리를 더했다. 마지막에 타바스코를 살짝 뿌려주면 맛이 한층 더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