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싸대기의 심오한 의미
이것이 드라마용 막장의 끝인가? MBC 아침 드라마 ‘모두 다 김치’에서 김치로 싸대기를 때리는 장면을 보고 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다, 그게 다가 아닐지도 모른다. 왜 하필 김치인가, 왜 하필 싸대기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엔 분명 숨은, 그것도 대단히 심오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혹 이제 김치에 얽힌 강박관념을 내려 놓자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라, 김치는 분명 한국 전통 음식이지만 설정하는 가치 만큼의 실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다. 절임과 발효가 조리의 핵심이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맛을 내기도 굉장히 어렵다. 주먹구구로 대강 배워서 쉽게 해먹을 수가 없으므로, 가정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음식이지만 사실 준 전문가에 가까운 조리 지식의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능이든 뭐든 모두가 김치를 먹으려 하지만 자급자족률은 연령층이 낮아질 수록 떨어진다. 게다가 정서적인 장벽은 물론 가공 및 유통의 문제도 만만치 않아 공산품으로 쉽게 대체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베이비붐 또는 그 윗세대가 김치를 담가 자식 세대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가정 조리 김치가 명맥을 유지는 하고 있지만, 현재 그 자식 세대의 ‘저녁 없는 삶’의 현실에서 김치맛의 대물림이 될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가정의 상황이 이렇다면, 밖은 어떤가. 같은 이유에서 김치는 전체 음식 수준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다. 노동집약적인 음식이다보니 밥집에선 매일 담그다시피 해야 되는데, 반찬의 일부로서 음식값에 포함되다보니 재료는 고사하고 적절한 노동비조차 건지기가 어렵다. 게다가 ‘사시사철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조리법’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가정의 사정이고, 업장에서는 손이 여느 김치보다 더 많이 가고 금방 맛이 변하는 열무김치 등은 쉽게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맛 없는 무로 담근 깍두기를, 그것도 크게 믿음 주기 어려운 중국산 고춧가루로 버무려 낸다. 사실 한 끼 7,000원짜리 밥에 국산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를 바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한편 이런 식탁의 사정 뿐만 아니라, ‘국뽕’의 측면에서도 김치가 안기는 압박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어제 트위터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국수 및 민족주의가 음식 문화에서 발현될때 가장 만만하고 쉬운 대상이 바로 김치다. ‘샐러드 대. 김치’의 논리로, ‘샐러드는 그저 단순한 채소의 조합일 뿐이지만 김치는 모든 재료가 발효로 한데 어우러진 우월한 음식’이라는 논리다. 물론 완전한 무지의 발상이다. 샐러드와 김치는 전혀 다른 채소로 만들고, 재료의 준비 및 조리에 드는 인력 및 시간 또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고추가루의 캡사이신이 지방 분해-다이어트에 도움된다’는 논리도 있던데, 그럼 동네 마트에서 수입산 캡사이신액을 사 병째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마실 일이다. 한마디로, 이런 논리는 당위성도 전혀 없을 뿐더러 음식 문화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난 분명히 드라마 제작진이 김치를 둘러싼 음식 문화 제반의 문제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어, 이 김치 싸대기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장면은 음식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일종의 전환점으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다들 ‘움짤’을 하나씩 컴퓨터 하드,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에 고이 저장해놓을 일이다.
유병연 뉴스보다 더 세게 다가오는데요 .제게는…
요즘 bluexmas 님 사이트 서 새로 올라오는 글 읽는 낙이 생겼어요.
그런데 블루마스 라고 읽어야 하나요.
“블마”라 부르는 분들이 많은 추세입니다. 제가 선호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
후폭풍으로 프린터 종이 떨어트리는 건 다시 봐도 압권이네요 ㅋㅋ
저는 캡사이신의 다이어트 효과는 일본애들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한국여자가 날씬하고 피부 좋은 건 다 김치 덕분이라고 하는 애들을 지금도 자주 봐요.
캡사이신 액 병을 들고 다니면서 마셔야 빠질걸요;;
공감해요… 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할때 김치 재활용했어요… 저도 알바생이라 그 행위에 일조한거지만 정말 스트레스 받았어요… 진짜 사장 마인드 70%, 손님 30%의 과실의 문화같아요… 사장이 70인건 재활용하겠다는 그 의지-_-와 실천에 대한거고, 손님들은 계속 김치 더달라고 하면서 더주면 배추조각 하나 먹고 그냥 다 남기는 사람 많거든요. 아르바이트 할때 한창 어떻게 해야 개선될수 있을까 혼자 끙끙앓았는데 제 머리로는 모르겠더라구요
어휴 그렇군요; 아무래도 가게 주인의 의지가 꽤 크겠죠… 손님들도 계속 달라고 할테고. 딜레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