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와 체득한 ‘오마주’의 방법론
물론 나는 괴수 오덕이 아니다. 어릴 때 이런저런 책들로 이것저것 주워들었고 단지 싸다는 이유로 아마존에서 고지라 초기 작품 DVD 박스 셋을 충동 구매해 두세 번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고지라를 보며 ‘감독이 괴수 영화를 체득한 것인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항공모함에서 작전 지시를 내리는 제독의 뒤통수부터 보여주는 장면이 그랬다. 빨간 불이 떼로 번쩍이는 설정이나 카메라의 움직임, 심지어 연기 분위기마저도 그런 분위기를 서양인이 최대한 소화시킨 상황에서 재현한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다른 문화권도 마찬가지지만 동양, 특히 일본 문화를 서양인이 어설프게 가져갔을때 나오는 결과의 참담함을 감안한다면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참고 참다가 고지라가 방사능 뿜는 그 장면, 훌륭했다. 이젠 자글자글한 디테일에만 기대는 기예르모 델 토로를 감안한다면 <고지라>가 <퍼시픽 림>보다 더 나은 영화다.
P.S: 감독에 대해 찾아 읽어보고 고지라를 보고 온 저녁에 바로 전작 <Monsters>를 찾아보았다. 물론 돈 문제 때문에라도 문제가 되는 것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Upstream Color>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