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툭툭누들타이-좋은 조리, 다소 둥근 맛
지난 주 아주 간만에 툭툭누들타이에서 저녁을 먹었다. 언젠가 금요일에 아무 생각없이 갔다가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또 그렇게 기다릴 의지가 있는 손님들이 주방 옆 계단에 늘어서서 다른 손님 먹는 걸 구경하는 광경을 보고 나온게 작년 언젠가였던 걸로 기억한다. 방송에 나와서 그런 모양인데 일단 전반적인 조리상태는 좋았다. 전채로 시킨 톳만쿵은 아주 살짝 더 튀긴 느낌이었지만 팟씨유나 푸팟퐁 커리까지 쌀국수는 너무 퍼지지 않았고 채소는 바삭했고 계란은 부드러웠다. 다만 맛을 따져본다면 전체의 가장자리를 너무 둥글게 다듬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분명 아니지만 간이 조금 더 세도, 단맛 짠맛 매운맛이 조금 더 두드러지고 향도 더 강해도 될 것 같았다. 어느 만큼 “우리 입맛”에 맞추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지 요리사들이 어느 만큼 원하는, 또는 본능에 기댄 맛을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이건 비단 이곳에만 품는 궁금증은 아니다. 심지어 ‘우리는 입에 안 맞는 향신료를 쏙 뺀 태국음식을 냅니다’는 문구를 자랑스레(?) 내건 홍대의 태국 음식점 짤방을 트위터에서 보았는데 그게 경향이 된다면 태국음식이 제 2의 중국음식이 될 수 있다고도 본다. 그냥 튀기고 볶은, 이미 닳고 닳은 중식보다는 좀 더 조리 상태가 좋은,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격은 좀 더 높은 음식. 중식은 가격대가 높아도 맛이 닳은 경우가 너무 많다. 그 닳은 맛 자체가 그냥 계승되는 듯?
음식과 상관없이 지적하고 싶은 두 가지. 물론 이곳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 예약이 요즘도 되는지 궁금해 전화를 걸어보니 하루에 한 자리 받는다고. 그게 무슨 예약인가? 손님이 와서 기다릴 정도라면 예약을 예고 없이 취소해도 분명히 금방 들어찰텐데 생색내기 수준의 예약 제도를 유지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예약금을 받거나, ‘늦을 경우 30분 전에 전화 연락해주고, 연락 없이 15분 이상 늦을 경우 자동 취소 후 대기 손님에게 제공’ 등으로 엄한 규정을 정해 적용한다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
2. 손님이 계단에서 그렇게 기다리는데, 차라리 한 테이블 정도라도 치워서 바를 만들면 안될까? 바가 있는 음식점을 찾기가 힘들다. 기다리는 동안 맥주 한 잔이라도 마시면 덜 지루하고, 분명 매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기다리는 손님도 손님이니 최대한 편안하고 즐겁게 기다리는 게 권리 아닐까. 전반적으로 그러한 부분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같은 건물 1층의 빵집이 편의점으로 바뀌었던데, 전화번호 적어두고 거기에서 맥주를 마시면 되겠지만… 매장의 입장에선 그 손님에게도 칠천원짜리 맥주 한 병 더 파는 것이 낫지 않을까.
# by bluexmas | 2014/05/01 11:17 | Tast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