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콘티넨탈 호텔] 딸기 뷔페-이것이 바로 한국의 맛
딸기 디저트 뷔페가 성업중인지도 몇 년, 올해까지 한 번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딸기 자체의 한계: 적어도 다섯 종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를 뿐, 맛은 대개 비슷하다. 이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앞에서 치고 나오는 단맛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에 반비례에 신맛도 조금씩 다르지만 충분하지 않다. 궁금하다면 코스트코에서 수입 냉동 딸기를 사다 맛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건 딸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과일이 단맛 위주로 바뀌고 있다. 난 단맛이 필요하다면 그냥 설탕을 먹겠다는 생각을 한다.
2. 과일의 조리에 대한 인식 부족: 역시 저 링크의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수분을 빼고 단맛과 신맛의 비율을 맞춰야 디저트에 더 잘 얽혀들어갈 수 있다. 질감도 마찬가지다. 물컹 또는 설컹거리는 질감은 페이스트리가 추구하는 부드러움과 바삭함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방해만 할 뿐이다.
3. ‘세팅’의 문제: 온도에 민감하지 않은 음식은 없다. 케이크류의 디저트라면 상온에 오래 둘 경우 그 모양이 흐트러지며 질감도 나빠진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진열장에 담아 손님에게 낼 만큼 세심한 배려를 베푸는 업장은 없을 것이다. 물론 가짓수를 줄이고 손님이 원하는 걸 꺼내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4. 뷔페 그 자체: 언제나 ‘질보다 양(또는 가짓수)’ 아니었던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다른 사람의 딸기 애프터눈 티에 대한 글을 링크로 소개했다가 엄청난 리트윗을 타는 걸 보고, 사람들이 꽤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보았다. 결과? 인터넷에서 거의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갔는데, 차려놓은 음식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2다. 세어보니 20여가지의 디저트가 있는데, 하나같이 아무런 생각이 없이 만든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은 굳이 딸기가 아니어도 되는 디저트에 생딸기를 얹거나 더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딸기향이나 분홍색을 더해 분위기를 냈다. 식재료로서 생것은 물론, 익었을 때 딸기의 맛이나 질감을 이해하고 엮은 디저트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요리에서 ‘1+1=2’도 사실은 긍정적인 것이 아닌데 이건 ‘1+1=-1’의 수준이었다.
사진 오른쪽의 음식은 설명이 없었는데, 먹어보아도 뭔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한편 3에서 밝힌 것처럼 온도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디저트의 완성도는 굉장히 나빴다. 마치 잇몸이 내려간 것 같이 틈새가 남아 있는 케이크나 주저앉고 질긴 애플 파이(스트루델?), 어딘가에서 씹힌 덜 녹은 냉동 딸기 등은 생각이야 차치하고서라도, 그저 몸이 먹는 즐거움조차 주지 않았다. 계산대 옆 진열장의 케이크도 가격(프티 가토 한 조각에 15,000)을 감안할때 큰 차이 없는 것을 보면, 그게 이곳의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30분만에 모든 걸 맛보고 퇴장, 시간 대비 가장 빨리 또 헛되이 쓴 돈으로 남았다.
결론은 간단하다. 바로 이런 음식이 정확하게 한국의 맛이다. 생산자는 음식 전반에 대한 이해나 생각이 전혀 없이 몸으로만 만드는데 그 물리적인 완성도조차 변변치 않다. 대신 이걸 질보다 양으로 압도하는 뷔페로 내놓으면 소비자는 어디도 아닌 호텔 로비에서 이를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모여든다. 여기에 애초에 공정성 같은 것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매체의 기자는 홍보인지 보도인지 모를 기사를 열심히 써준다. 요즘 한식을 세계에 알린다는 서 아무개라는 사람이 정말 열심히 활동을 하신다던데, 너무나도 심오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불고기니 막걸리 같은 광고 하지 말고 바로 이런 딸기 뷔페를 홍보하셨으면 좋겠다. 이 한 판에 정말 한국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며, 여기에 쓸데없이 진지하게 반응하면 지는 거다. 그래서 글은 여기까지만 쓴다. 어차피 이건 글 한 편, 한 사람의 지적과 비판으로 절대 달라질 수 없는, 고질적인 병폐의 현실이다.
# by bluexmas | 2014/04/07 15:43 | Taste | 트랙백 | 덧글(9)
비공개 덧글입니다.
사실 디저트 뷔페가 맛있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도 있고, 물리기 쉽기도 하고요. 피에르 에르메의 케이크/마카롱/샴페인/티 뷔페도 갔지만 두 접시 째에서 질리더라고요. 분명히 맛은 있는데 먹을 때 만족스럽지는 않았달까.
그나저나 저 쁘띠가또 가격도 생김새도 충격이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