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잔의 네그로니

평소에 잘 마시지 않는 네그로니를 어제는 어쩌다 두 잔이나 마셨다. 진과 버무스, 캄파리를 동량으로 섞는데, 물론 집에서 그렇게 섞는다고 원하는 게 나오느냐면 그런 건 아니고… 칵테일의 미묘함은 온도 변화/섞고 젓기 등의 타이밍 조절에서 나오는데 집에서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여간 하나는 풀려 있는 듯한 사람이 만들었는데 뭉쳐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 반대로 뭉쳐 있는 듯 보이나 풀려 있었다. 달리 말해 느슨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각이 잡힌, 그 반대로 각이 잡힌듯 보이는 사람이 느슨한 칵테일을 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맛의 측면에서 보자면 재료가 전부 허브 등을 우려낸 증류주이므로 이들에게서 나는 두드러지지만 증류, 보관 등의 과정에서 다소 풀이 죽어있다고도 볼 수 있는 향에 생생함을 더해줄 수 이는 재료가 관건이라고 본다. 그래서 역시 쌉쌀함(과 꽃향 floral note?)을 품고 있는 오렌지 껍질을 가니시로 더하는 것일 텐데 그걸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Vodka에 향을 직접 우려넣는(infuse)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걸 시도하는 바가 있다면 가보고 싶다. 어제 머리를 자르며 미장원에 붙어 있는 광고 영상을 보는데, 잡지 콘텐츠인 바 몇 군데 소개가 나오더라. 가고 싶다는 생각은 썩 들지 않았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지만 바야 말로 구리거나 세련되었거나, 성향에 상관없이 그 자체가 라이프스타일인 사람이 만들고 운영해야 되는 것인데 과연…

참고로, 이런 시도도 언젠가는 이 땅에서 맛보고 싶다는 바람.

 by bluexmas | 2014/03/01 14:48 | Tast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