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우석훈의 우유 선동
우석훈이라는 “경제전문가”의 글은 읽을 일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우연히 떠돌아다니는 링크를 읽고 절망에 빠졌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이렇게 두서가 없는 글이 원고료를 (아마도) 받고 매체에 실린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글의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논리를 통한 선동이다. 우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소금이나 지방보다는 덜하지만 최근 계속 논쟁의 대상이다. 다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연구마저 그 믿음에 맞춰 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걸 깨려 시도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나 또한 우유를 많이 마시지도 않으며, 건강에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굳이 택하라면 중립이랄까.
한마디로 음식과 건강의 전문가가 아니니 말이 안되는 말을 해도 어이없지만 그런가보다, 넘길 수는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사람의 전문분야라는 경제. 인용을 해보자. “이런 종류의 논쟁에서 경제학자가 생각하는 기본 원칙은 한 가지다. 우유가 좋다고 말하면 돈이 생길 수 있지만, 우유가 좋지 않다고 하는 걸로 돈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게 산업화의 논리이고, 그 과정을 거쳐서 많은 신화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뭔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은 유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단락 안에서도 참 두서가 없지만, 핵심 주장은 ‘우유를 나쁘다고 해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없으므로, 우유가 나쁘다는 주장을 유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러한가? 우유가 나쁘다는 의견/주장이 널리 퍼졌을때 이익을 보는 집단이 없을까? 여기에서 음식을 향한 필자의 무지가 드러난다.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유 대체품 생산업자다.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 <Silk>류의 두유-우리나라의 두유와 조금 다르다. 콩냄새가 꽤 나는 편-나 쌀우유(아침햇살?), 아몬드 우유 등이 그것이다. 유당불내증부터 이 글에서 언급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한 우유 유해론, 지방을 향한 공포 등등 백만 가지 이유로 우유대체품이 세를 불리고 있다. 경제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내가‘mlik substitute’,‘almond milk’ 등으로 대강 검색해도 업계의 동향 또는 성장세를 알리고 점치는 리포트를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1.3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며, 유기농 우유의 성장에도 맞서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우유가 나쁘다는 의견/주장이 널리 퍼질 수록 우유업계의 지분은 줄어들고 그만큼을 대체품업계가 먹게 된다. 이건 경제학 전문가랑 백만 광년쯤 떨어진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이런 우유 대체품 시장이 생기지 않았으니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 또한 상륙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인구 대비 비율이 아주 적은 셀리악 환자에게만 필요한 무글루텐 음식이 유행이라도 되는 것인양 연예인을 내세워 팔리는 걸 보면, 어쩌면 그보다 더 네가티브 전략이 쉽고 빠르게 또 넓게 먹힐 수 있는 우유 대체품 시장이 여태 열리지 않는 것이 더 놀라울 지경이다. 굳이 미국의 예를 든 것도, 분명 저쪽의 시장이나 제품을 따라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음모 이론을 조장한다거나, 우유 대체품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려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유를 나쁘다고 해서 이익을 보는 무리가 경제학 전문가가 뭐라고 말하든 분명히 존재하므로, 그 논리로 우유의 유해성에 대한 주장을 더 “유의 깊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치킨과 염지액 소동이 벌어진 다음에도 그런 글을 쓴 적 있는데, 이렇게 근거를 딱히 견고하게 대지 못하는 음식 관련 회의론을 곧이 곧대로 믿어 선동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를테면 불안을 조장해 입지를 넓히는 방식인데, 그러한 방식이 소위 말하는 “진보” 성향을 공통적으로 가진 인물들로부터 나오는 것도 참으로 우습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일단 정치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여 재해석-이라고 쓰고 곡해라고 읽어야-하려 들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입장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 너머에 사실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눈이 멀어서 손해인 건 상관없지만, 그 먼 눈을 하고 다른 사람들마저 선동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서. 비단 트위터만 돌아다녀도 소위 말하는 “네임드”, 즉 전문가랍시고 저렇게 근거 없거나 공격 받기 싫다는 심보로 디테일은 쏙 빼가면서 입에 발린 말만 해서 대접 받는 부류가 너무 많다. 글을 쓰려고 검색을 해보니 우석훈이라는 사람은 이런 책도 낸 모양인데, 전문가 대접 받고 싶으면 전문가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 by bluexmas | 2014/02/03 13:51 | Taste | 트랙백 | 덧글(22)
다만 보수 성향의 전문가, 정부도 역시 ‘허술한 논리를 통한 선동’, ‘불안을 조장해 입지를 넓히는 방식’ 은 자주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그리 보면 진보라는 말이 조금 뜬금없이 글타래에 엮어져 있는 거 같습니다.
‘~도 역시’라고 표현하신 것을 보면 소위 ‘진보 성향’을 위시한 인물들이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부정치 않으시는 것 같은데, 보수 (또는) 정부를 비판하고 개선해야 할 이들이 같은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느 집단이든 잘못된 프로파간다는 결국 독이되겠죠.
그냥 허현회 이덕일급의 책 판매 지상주의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반골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인 것 같은데 . . . 문제제기 자체는 환영하지만 얕은 선동은 실망만 주네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목소리는 언제나 귀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흔아홉번 속을지라도. . . (거 참 짜증나네요 ㅎㅎㅎ)
우유까지 덩달아…
마사이의 전사계급인 모란들은 생우유에 소의 날 피를 섞은 것만 먹고도 잘 사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