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시간차 내부탐사 후기
오호라, 바로 이런 기분이었군! 뭔가 주사를 맞고 바로 등이 팍,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 불이 분명 약하게 다시 들어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조차도 완전히 밝아진 다음에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 양극단을 통한 시간차 내부탐사를 무사히 마쳤다. 결과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네, 감사합니다. 경축하는 마음으로 근처 시장에서 족발과 순대, 만두 등속을 사다가 이틀 동안 못 먹은 굶주림을 와구와구 채웠다. 솔직히 굶거나 세장제를 먹고 변기에 붙어 있는 것보다 흰죽을 먹는 게 더 괴로웠다. 흰밥, 흰빵을 안 먹은지가 여러 수천년이라 그 미끈한 느낌이 굉장히 거슬린다.
하여간 그렇게 넘겼다. 며칠 그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꼭꼭 밟으며 별 생각이 없었다. 물론 ‘뭐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삶은 어떤 종류의 불행이라도 남이 아닌 나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지점에서 정확하게 삶으로 반환점을 돈다. ‘저런 건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거야’라는 오만이 오히려 더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내 손으로 막을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막아보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보장해주지 않으므로 불행의 선고를 받으면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자, 또 살아보자.
# by bluexmas | 2014/01/23 02:12 | Lif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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