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소프트리-벌집: 인기의 비결 및 자가당착

어제 글에서 스스로 짜낸 콘셉트가 발목 잡는 경우를 이야기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프트리>도 그 범주에 속한다. 줄도 서기 싫고 한참 나갔다 와서 이제서야 먹어봤는데, 예상했던 답과 너무 일치해서 별 재미는 없었다.

일단 단맛이 거의 없는 아이스크림에 꿀이 담긴 벌집을 얹어 ‘간’을 맞춰 먹는 기본 설정에 난 큰 지지를 보내지 못한다. 탕수육의 예를 들자면, 고기와 튀김옷에는 간이 전혀 없고 소스에만 100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 5든 10이든, 나머지 두 요소에 조금이라도 간을 하는 것과 맛의 차이가 크다. 설탕이 기본인 음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아주 큰 문제는 아니다. 따로 먹으면 밋밋하지만 아이스크림 자체의 맛이 퍽 깔끔하기 때문이다. 역시 열쇠는 벌집이 쥐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부드럽지만 부스러기가 남아 이에 달라붙는다. 사서 먹으면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는데, 중간중간 골목길에 숨어서 씹어 삼킬 수 없는 벌집 쪼가리를 뱉어야만 했다. 심하게 불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게 아이스크림의 차별화 전략이자 인기 비결이라면 자가당착이자 자기모순이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결국 공기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버런’비율이 높으므로 가볍고 부드럽지만 남는 건 없고, 남지 않아야 사실 정상이다. 거기에 단맛을 위해 꿀만 얹는다고 가정해도 ‘다소 찐득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꿀이 씹어 삼킬 수도 없고 이에도 달라붙는 벌집에 담겨 나온다. 스타일은 좋은데, 그게 먹는 경험에 방해요소가 된다. 멋있어보이려고 불편한 옷을 입는 상황이랑은 다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The core element which makes the ice cream popular, honeycomb, generates confusion to the whole eating experience as well. It is not so hard to think, even before eating, that beeswax will stick to teeth. The soft ice cream should be ‘airy’, as literally it is churned with a lot of air, sometimes 100% overrun(meaning base to air ratio is 1:1. Homemade ice cream usually gets about 30%.) Why would you want to put something almost completely and singlehandedly ruins that airiness on top? I do understand it is a strategic move to make the presence of ice cream viral, but I can’t help but think that it is an utter failure, and even more critical that it is intentional and essential. And without that honeycomb, the ice cream is nothing: it is cold and refreshing, but just one of such treats you should be able to eat on every corner of the street. Nothing new.

 by bluexmas | 2013/12/05 12:28 | Tast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제육볶음 at 2013/12/05 13:53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몇 번 먹은 적이 있는데,

그냥 아이스크림만 먹는 것도 좋던데요.

오히려 꿀을 얹으니까 흘러내려서 먹기 불편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그런 걸 감안했는지, 요즘엔 종이로 된 받침을 제공하는가 보군요.

 Commented by Lipizzan at 2013/12/05 17:10 

전 컵에 담아서 먹었는데요, 벌꿀을 처음에 씹어보고 너무 달아서 포기하고 계속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아래로 내려보냈어요. 그 과정에서 흘러나온 꿀과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니 당도 조절이 좀 되더라구요. 마지막 남은 벌집에서 단맛이 제법 빠져나가서 미친듯이 달지는 않게 먹고 컵째로 버렸죠. 이빨에 끼인 것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 방법이 그나마 저 아이스크림을 즐기기에 괜찮은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사 먹지는 않았지만.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3/12/05 18:50 

전 그냥 아이스크림만 먹는 편이 오히려 낫더군요.

 Commented by 프리니 at 2013/12/05 21:55 

저도 오늘 먹어봤는데 이에 달라붙는 게 정말 거슬리더라구요.

bluexmas님 말씀대로 아이스크림 자체는 맛있어서

다음에 먹을 일 있으면 아이스크림만 단품으로 먹어볼까 싶어요.

 Commented by Recce at 2013/12/05 22:39 

아이스크림은 상하목장의 아이스크림을 쓰기 때문에 벌집이 별로이신 분은 상하목장의 아이스크림을 쓰는 다른 가게들을 찾아보시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