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 잡담
계정이 있다. 그래서 가끔 들여다본다. 사실 내가 링크드인 계정을 가지고 있는 건 농담 가운데도 가장 안 웃기는 농담이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으므로 예전의 인맥이라는게 필요없고, 요즘 하는 일은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 없으며 안 만나는게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하여간 그래도 계정이 있고 그래서 아주 가끔 들여다본다.
딱히 유지관리 같은 건 안하고 가뭄에 콩나듯 예전 일하던 세계의 그나마 좀 가까웠던 사람들과 연결을 주고 받는데, 며칠 전에는 처음(이자 당연히 마지막) 회사의 첫 사수인 동포 “교수 사모님”이 연결신청한 것을 발견했다. 하하.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제 그들의 연결로부터 얻을 이익이 전혀 없고, 그들에게 또한 딱히 내가 주는 endorsement의 의미가 없다. 뭐 그냥 수적으로 보탬이 되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그렇다면 이 양반이 내가 그냥 인간적으로 반가워서? 헐. 딱히 그럴 이유가 없다. 그럼 한 번이라도 연락을 하고 지냈겠지. 일하는 동안에도 그런 관계가 아니었고(내가 누구랑 그런 관계를 유지하겠는가?),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귀국하는 60일 동안 동포들 가운데 연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원래 친하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그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해고와 동시에 연락을 끊었다. 그래서 이유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볼 건 아닌 것 같고, 하루쯤 생각하다가 그냥 무시-또는 거절-했다. 어쩌면 하루나마 생각한 것도 그나마 생각한 것일듯.
아직도 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동태를 가끔 들여다보는 건 재미있다. 하나도 일 안하고 월급 벌어가던 팀의 누군가가 여전히 그때 함께 일하던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는 것을 보며, 아직도 다들 그 세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서로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만트라를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쁜 평을 남기면 그도 나쁜 평을 남길테니까. 그럼 내가 그 세계에서 머무르는데 안 좋으니까. 자, 이제 그 세계와 다시 접선할 필요가 없는 내가 총대를 메고 희대의 악평 같은 걸 남겨 보는 건 어떨까… ‘지금 이 인간을 우리는 모두 경계하십시오. 제가 일하는 3년 동안 그는….’
그나저나, 올해 세상 떠난 또 다른 사수 R에게 ‘걔가 한국에서 “유명한 블로거” 됐다’고 말한 사람은 대체 누구냔 말이냐. 그건 좀 궁금하더라. 블로거 아니며, 유명하지도 않지만.
*사족: 그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의 커리어가 점차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것을 본다. 같은 시기에 입사했던 소위 ‘동기’ 들은 이제 약 10년차. 많이들 회사를 옮겼고, 면허를 따서 독립도 했더라. 그렇게 아랫쪽에서는 이동이 잦은 가운데 맨 윗쪽은 근속 30, 40년을 향해 열심히들 가고 있는 상황. 아랫돌 열심히 바꿔가며 윗돌 괴어주는 상황인가.
# by bluexmas | 2013/12/05 00:25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