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스퀘어 이미-파운드케이크의 기하학적 의미
동교동 카페 <이미>의 매력은 싹싹하고 친절한 주인 형제다. 뒤집어 말하면 커피도 케이크도 그만큼 뛰어나지는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좋은 서비스 또한 이런 업종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주는 아니어도 잊을만하면 한 번 정도는 가는 곳이다. 거기에서 케이크를 맡은 동생이 독립을 해서 파운드케이크 매장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우려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가는 곳이지만 그때마다 케이크가 나아졌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언제나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케이크는 다르다. 이미의 케이크는 커피와 함께 만들어 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뿐 독립적인 베이커리 매장 수준은 아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보았을때, 나는 한 번 더 놀랐다. 왜 파운드케이크며, 왜 저렇게 생겨야만 할까.
물론 뭘 팔든, 그건 파는 사람의 자유다. 그러므로 파운드케이크인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생김새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파운드케이크는 식빵과 비슷한 비율을 지닌다. 가로, 세로, 높이의 비율이 약 1:2-3:1 정도다. 덕분에 구우면 겉과 속의 대조가 생긴다. 튀김 같은 음식처럼 ‘겉은 부드럽고 속은 촉촉한’ 정도까지 그 대조가 크지 않지만, 적당히 갈색이 도는 겉과 속의 맛 차이는 파운드케이크의 큰 매력이다. 또한 이 형태의 틀에 반죽을 담아 구울 경우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아올라 갈라져 “배꼽”이 생기고, 그 부분의 대조가 특히 두드러지게 된다(아마추어에게 파운드케이크가 어렵다면, 겉을 너무 익히지 않으면서 이 솟아올라 터진 부분을 정확하게 익히는 것 때문이리라). 혹시 궁금하다면, 빵 반죽을 만들어 여러 형태로 구워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리시니’, 즉 브레드스틱도 그렇게 길게 늘이지 않으면 부드러운 속살을 지니게 된다.
스퀘어 이미의 파운드케이크는 그 비율이 꽤 극단적이다. 약 1:10:1 정도쯤 될 것이다. 이 경우 속이 말라버리므로 겉에 색이 진하게 돌도록 굽기가 어려워진다. 달리 말하자면 파운드케이크가 원래 그렇게 생긴데에는 이유가 있으니, 이 형태에 극단적으로 변화를 주려면 그에 맞는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시간을 내어 들른 김에, 물어보았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은 차별화라고 했다. 사람들이 파운드케이크에 대해 뻑뻑하고 무겁다는 선입견을 가져온 것 같으므로, 이런 형태를 통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었다. 내가 맞게 들었다면, 안타깝게도 이 콘셉트는 그러한 목표에 정확하게 반대로 작용한다. 만약 촉촉한 파운드케이크가 목표였더라면 기본적인 비례를 써 속살의 비율을 높이고, 차라리 글레이즈를 흡수시키는 편이 더 낫다. 맛을 보니 그렇게 촉촉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다소 마른 편이라 잘 부스러졌다.
게다가 스스로 정한 콘셉트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을만큼 제작자의 기술이 뛰어나지 않다. 사진에서 잘 드러나는지 모르겠지만 겉의 색깔도 들쭉날쭉하며, 잘라보니 속에 든 레몬 크림의 일부가 반쯤 녹아 공간이 생겼다. 만든이는 과연 이걸 알고 있을까? 있다면 결함이라고 생각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을까?(크림을 파이핑해 유산지에 짠 다음 얼려서 반죽에 넣고 구웠으면 어땠을까?) 크림은 새콤하고 맛있었지만 정작 케이크는 파운드 특유의 풍부한 맛을 담고 있지 않았으며, 위에 얹은 아이싱은 딱딱해서 전체의 식감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감귤류 껍질이라 추측하는 부재료도 들어있었는데 이 또한 다소 질겨 보탬이 되지 못했다(뺑드빠빠의 호두-오렌지빵 속에 든 오렌지 껍질 정도는 부드러워야 한다. 게다가 그건 빵, 이건 케이크다).
트위터에서 언급하니 누군가 일본 제과점의 사진을 검색해서 보여줬는데, 혹시 이런 콘셉트를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의 격차가 크고, 이유는 분명히 테크닉의 부족이다. 차별화를 위한 시도는 분명 좋은 일이고 적극 장려해야 되지만, 그 또한 최대한 완벽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때 의미가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만약 그럴 수준이 못된다면 기존의 것들을 연구하면서 그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저울에 달아보니 종이받침까지 266g에 9,000원. 어떤 측면으로 보아도 저 가격에 맞는 가치를 얻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하면서 굳이 파운드케이크를 이렇게 만드는 건 헛수고며, 거기까지만 따져보아도 충분히 문제이므로 ‘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골목길의 매장에서 굳이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혹시?’라는 질문의 답은 여기에다가 벌여놓지 않겠다. 안타깝다.
동교동, 홍대, 파운드케이크, 이미, 카페, 스퀘어이미, 디저트
# by bluexmas | 2013/12/04 17:59 | Taste | 트랙백 | 핑백(2) | 덧글(7)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3/12/05 12:28
… 어제 글에서 스스로 짜낸 콘셉트가 발목 잡는 경우를 이야기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프트리>도 그 범주에 속한다. 줄도 서기 싫고 한참 나갔다 와서 … more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4/04/21 15:11
… 형상이 나에게는 예고편이었다. 맛보다 형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앞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니 음식으로서 의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했다. 노력? 물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듯, 그게 정말 음식의 핵심 가치를 이루기 위함인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길게 늘어놓았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문제이기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