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버거: 인앤아웃의 “비밀(?!)”주문과 나의 “오마주” 버거
인앤아웃을 지향하는 버거에 대한 글을 올렸으니, 그 역할모델에 대한 글도 하나 올려보자. 인앤아웃에는 “비밀”주문이라는게 존재하는데, 큰따옴표를 쓴데서 알 수 있듯 공공연히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젠 비밀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전산 시스템에도 그 명칭 그대로 입력이 되어 있으니 비밀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작은 재미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일단 가장 흔하게 선택할 수 있는게 위의 사진처럼 패티와 치즈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기본이 각각 둘씩(2×2)이라면 하나씩 늘려 3×3, 4×4까지 가능하다(물론 ‘고기x치즈’이므로 각각의 수를 다르게 조절할 수도 있다). 조리하지 않은 패티의 무게가 약 60g(2oz.)라는 걸 감안한다면 사실 네 장식 패티를 먹는다고 해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예전에는 ‘버거 아코디언’이라 할 수 있는 20×20까지도 정식 주문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4×4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바로 아래 링크에는 전설의 ‘100×100’버거도 있다. 먹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므로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20×20은 실제로 먹은 인증이 있다.)
인터넷을 뒤지면 사진과 함께 설명이 잔뜩 나오니까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맛과 관련 있는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 번째는 애니멀 스타일. 패티를 머스터드에 익히고, 볶은 양파와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비슷한 ‘스프레드’, 피클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프렌치 프라이에 적용하면 칠리 치즈 프라이와 조금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궁금해서 시켜봤는데 다소 질척해져 버거의 균형을 깬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라이에도 마찬가지. 두 번째는 질감이 꽤 독특한 프라이다. ‘웰던’을 요청하면 보통으로 나오는 것보다 더 익혀서 주는데, 예상과는 달리 바삭하다기보다 딱딱해져서 이 또한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한편 이 버거는 부천에 가서 먹어보고 그 다음날 만들어본 것. 이를테면 인앤아웃과 그걸 표방하는 크라이치즈버거에 바치는 나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평소처럼 통밀 50%로 구운 번에 역시 60g의 패티를 치즈와 2×2로 끼운 것. 소스와 토마토(이 계절엔 별로…)는 생략했다. 좌우지간 세계 규모 프랜차이즈의 울타리만 벗어나면 버거도 훌륭한 음식이다. 의미없이 가짓수만 불어나는 반찬의 식당밥을 현실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잘 만든 프랜차이즈 버거가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는 생각조차도 든다.
# by bluexmas | 2013/12/02 15:54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