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의 와 스시 맛의 이해
사실 1년은 과장이고, 한 8개월쯤 된 것 같다. 광화문점이었는데, ‘다찌’에 앉았을때 창 너머로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빠와블로거도 아니고 왜 이렇게 늦게 글을 올리느냐…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토사곽란. 이날 스시를 먹고 생애 처음 응급실에 실려갔다. 진짜 토사곽란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아니 장 저리게 경험했달까. 둘이 먹었는데 한 사람만 고생했던 걸로 봐서 이곳의 문제라고 콕 찝어 말할 건 아니겠지만 하여간 지난 달 말 시애틀에서 스시를 다시 먹을때까지 근처에 갈 엄두도 못 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어릴때 짜장면 먹고 심하게 체하면 한동안 먹기 어려운데 뭐 그런 형국.
두 번째는, 그동안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과연 ‘스시의 맛’이라는 건 무엇인가. 소위 말하는 맛집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끝까지 보기가 언제나 힘든데, 그 가운데 으뜸이 스시집 방문기다. 순서대로 스시를 죽, 몇십 가지나 늘어놓고 고작 붙이는 건 일본식 생선 및 부위의 명칭 뿐. 거의 모든 음식의 포스팅이 그렇다지만 그야말로 ‘캡션’의 본질에 충실한 글이 붙을 뿐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대체 스시라는 음식의 맛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찬찬히 뜯어보면, 기실 여느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권마다 균형 그 자체와 구성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음식은 한 접시에 다섯 가지 맛(짠맛, 단맛, 쓴맛, 신맛, 감칠맛)을 전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스시도 그렇다. 물론 출발점은 중심인 생선이다.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활어회 문화에 부정적이다. 일단 (한국인이 선호하는) 질감을 위해 맛을 희생시킨다. 흔히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는 표현을 듣는데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조리과정이 입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리라는게 굳이 불을 거쳐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미생물이 조리의 역할을 하는 발효 또는 숙성이 좋은 예다. 생선살도 단백질이므로 숙성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불에 조리하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음식이라고 일컫기에 충분히 다양한 맛의 표정을 지닌다.
이를 뒷받침해주는게 탄수화물, 즉 밥의 역할이다. 생선을 숙성시켰더라도 살만 먹으면 심심하고, 금방 물릴 수도 있다. 탄수화물이 단맛을 불어넣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찬과 밥을 함께 먹거나, 스테이크에 감자나 빵을 곁들이는 것과도 같은 원리다.
한편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은 또 다른 역할을 맡는다. 바로 균형이다. 나물을 예로 들자면 그 자체의 쌉쌀함, 양념의 신맛 등등이 단백질이나 지방의 무거움을 덜어주고 표정도 더한다. 언제나 드는 예인 삼겹살의 새우젓, 서양요리에 곁들이는 와인 등이 그렇다. 일본음식 또는 스시라면 간장, 와사비, 유자 쿄쇼, 시소 이파리, 바닷소금, 그리고 직화에 살짝 그을리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까지가 먹는 사람이 이해해야 할 기본적인 스시맛의 원리다. 비교해보면 각각의 스시는 서양요리 맛보기 코스의 요리와도 비슷하다. 딱 한 입으로 경험하니 균형을 그만큼 세심하게 잡아야 한다. 생선과 밥 사이의 비율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보다 나머지 요소로 균형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양고기 특유의 향과 커민, 또는 코리앤더가 잘 어울리듯 해산물과 부재료 사이에도 더 잘 어울리는 궁합이 있기 때문이다.
근 1년 전에 먹었는지라 기억을 더듬는 것도 사실 무의미하지만, 아직도 두 가지는 생생하다. 첫 번째는 불에 그을린 재료가 너무 많지 않았느냐는 것. 훈제나 훈연이라면 결국 가공육인데, 그 경우도 지나치면 결국 다른 맛을 덮거나 누르니 물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름기가 많은 재료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는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주 정확한 근거인지는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밥이다. 나는 일식에 뿌리 깊은 이해를 품고 있지 않다. 그저 음식 전체에 적용하는 잣대로 이해할 뿐인데, 산에 밥을 비비면 분명 시간이 지날 수록 밥알이 삭을 것이다. 물론 이날 먹었던 스시의 밥이 삭지는 않았는데, 표면의 탄력이랄까 매끈함이 조금 가셔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두당 10만원의 ‘오마카세’였는데 ‘만족하지 않았다’라는 표현 자체가 참 케케묵은 것 같아서 쓰기 그렇다. 하지만 쓰는 돈만큼의 가치를 얻지 못하는 건 우리나라 음식 전반의 문제며, 가격이 오를 수록 더하다. 문제는 아무래도 괜찮지 않은 것, 괜찮아서는 안되는 것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이 정하는 기준이 분명 가장 엄격한데 만드는 사람은 그걸 체감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먹은 것 말고 홀로 나가는 모둠 스시의 밥을 한꺼번에 쥐어 접시에 죽 늘어놓은 다음 생선만 따로 얹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원래 일본식이거나 아니면 비싼 스시집의 조리 방식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조언을 구한다.
# by bluexmas | 2013/11/20 12:58 | Taste | 트랙백 | 덧글(14)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스시는 니기리즈시(握りずし)라고 부릅니다. 저 앞의 한자가 ‘쥐다 악’ 자이니, 손으로 쥐어서 만드는 걸 기본으로 한다는 겁니다. 처음의 스시가 틀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것과 대비하기 위한 이름이지요.
싼 초밥집이라도 그게 맞는가 싶을 정도인데, 스시효 정도의 레벨에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쥐는 것도 고급의 기술이기 때문에 스시를 얘기할 때 ‘밥에 생선을 올려놓는 것이 아니다’ 라고 표현할 정도인데요;
(아, 책 잘 봤습니다. 요즘에 정신이 없어서 이벤트는 응모도 못 했네요 ;ㅅ; )
이 동영상 하나만 보셔도 이해가 되실 텐데요, 생선과 밥을 같이 쥐어서 모양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밥을 쥔후에 생선을 올린후 생선과 밥의 모양을 만드는거죠..
밥을 미리쥔후 생선을 올리는건 회전초밥집에서 하는거예요..
올리는것과 쥐는것의 차이가 회전초밥과 시미세를 구별하는겁니다..
또한 아부리가 많은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부리는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많이하지 않으며
가격이 저렴한 재료에 하는편이지 기름과는 상간이 없습니다
스시중 가장기름이많은 오오토로에 아부리를 하는 쇼쿠닌은 아마 없을겁니다
아부리를하면 숙성시킨 생선과 간장의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합쳐지는
감칠맛이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에 연어같은 저렴한재료에 소스를 올려 하는게 보통입니다..
샤리는 미리 해놓아 차가우면 안되지만 식혀서 내는게 맞습니다
샤리에 식초만 넣는게 아니라 설탕도 같이 넣기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삭지는 않습니다.
여하튼간 초밥 재료에 아부리 하는 이유로 저는 재료 특유의 비린 맛을 잡는다 (물론 이때의 아부리는 숯으로 살짝 그슬리는걸 말합니다) 기름기를 적당히 잡아준다.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이 세개라고 생각했거든요.
헌데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잘못아는건가 싶어서요. 우선 이노신산은 생선을 숙성시킬수록 생겨나면서 감칠맛을 좋게 해주는 핵산이죠. 여기에 열을 살짝 가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돼서 감칠맛이 늘어난다고 알고있습니다. 숙성이 덜된 재료를 단시간에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열을 쓰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살짝 즈케한 경우에도 간장 주성분은 아미노산이니까 마찬가지로 감칠맛이 늘어날것 같거든요. 그래서 ‘아부리 경우 감칠맛이 떨어진다’ 는 문장을 읽고 혼란을 겪었습니다. 보충 설명 조금만 부탁드립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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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재료에 불을 대는 이유는 ‘지방의 활성화’ 입니다. 사실 불이 아니라 뜨거운 물을 대기도 하구요. 중요한 건 재료에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를 가하는 이유입니다.
지방은 기본적으로 열에 녹는데, 생선의 경우 지방의 융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입에서도 녹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지방을 미리 활성화 시키기도 하지요.
– 미리 지방을 활성화시켜, 입에 들어가는 순간에 좀 더 강한 맛을 줌: 대뱃살 스테이크 같은 게 이런 예입니다. (大トロ ステーキ 로 구글 한 번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 낮은 온도에서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지방을, 열로 활성화시킨다: 도미의 껍질을 함께 붙여 내는 방식이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여기에, 가다랑어 타타키와 같이, 특유의 냄새도 줄이면서, 회로 먹을 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식감과 맛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구요.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bluexmas 님께서 써 주신 ‘지방이 있는 재료에 사용한다’ 가 맞습니다.
제가 화학을 잘 몰라서 뭐라고 얘기하기는 힘듭니다만, ‘열’을 대는 과정이 이노신산의 활성화를 위해서인지는 약간 의문이 듭니다. 숙성이라는 과정에서 이노신산이 활성화된다고 한다면, 숙성을 제대로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열을 대면서 숙성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면, 이건 지방이 있는 재료가 아니라, 오히려 살코기 재료에 해야 맞겠죠. 광어로 친다면, 엔카와(지느러미 아랫살)가 아닌 살코기에 해야 하는데, 실상은 반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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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페퍼님께서 얘기해 주신 “가격이 저렴한 재료에 아부리” 라는 것은, 약간 앞과 뒤가 다른 얘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씹을 수록 고소해진다” 라는 것은, 위에서 bluexmas 님께서 써 주신 대로 입 안에서 조리가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지방의 경우 입 안에서 분해가 되면서 지방 특유의 맛을 내게 되는데,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지방 자체만으로 되어 있는 부분의 절대적 크기가 적을 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입 안에서 지방을 녹이고 활성화시키는 시간이 줄어들거든요.
이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식재료가 바로 참치의 대뱃살입니다. 좋은 참치 대뱃살일수록 지방과 살코기가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지방이 빨리 녹아들어가거든요. 소위 얘기하는 ‘입에서 녹는 것 같은 느낌’ 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레알인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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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같은 종류에서도 지방과 살코기의 배치가 이상적인 재료일 수록 가격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지방과 살코기의 배치가 좋지 않은 재료일 수록 가격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방들이 한 군데에 쏠려 있는 경우, 입에서 지방만을 씹으면서 좋지 않은 식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줄여주기 위해서 불을 대는 경우가 있기도 하죠.
1. 뜨거운 물로 살짝..<- 아마도 유비끼 말씀하신건가요?
2. 저도 마구 헷갈리는 중인데 불질하는 이유가 분명 지방과 연관있는듯 싶습니다. 말씀해주신것처럼 지방이 잘 퍼져있는 경우는 활성화시켜 ‘눈녹는듯한’ 맛을 즐기기위함일테고요. 아마도 기름끼 많은 생선 지방이 특히 뭉쳐있는 경우에는 기름을 쪽 빼서 적당히 잡아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못 알고있을지도요)
3. 사실 저도 화학은 모릅니다만 ^^;; 감칠맛의 극대화가 목적이고 그러다보니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이노신산의 활성화라는 설명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숙성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찾아보니 이노신산이란 놈은 시간이 지나면 덜 신선해지며 맛없는 성분으로 분해된다고 합니다. 2-4일 사이에서 절묘한 숙성 타이밍을 잡는게 관건 같아요. 물론 숙성이 제일 좋지만 그런게 미흡할 경우 불질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는게 아닐까 상상해봤습니다.
4. 쓰다보니 더욱 궁금해져서 초밥 장인이라도 앉혀놓고 묻고싶네요 ㅎㅎ
고급스시야라고는 일본여행갔을 때 기분이다- 하고 가본 일 밖에 없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미스터초밥왕에서도 그런 걸 본 적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