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교환과 기타 잡담
1. 오늘 아침, 지각하는 직장인의 시간대에 멀쩡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내려 마신 다음, 반듯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 전화기를 백업했다. 그리고 공장 설정으로 되돌렸다. 컴퓨터 두 대에 전화기 세 대의 설정을 이어 썼더니 전자기기에도 더께가 쌓이는지, 충돌이 일어나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공장 설정으로 깨끗하게 되돌린 다음 시험해볼 생각이었…는데 별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동네 서비스센터에서 한 시간 기다리는 동안 100%에서 65%까지 배터리가 닳았고, 그 시간을 기다려 딱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나를 맞고도 뒤로 열다섯 명이 기다리고 있으니 야근 확정! 인 기사는 그래도 친절하게도 배터리 이전에 미심쩍었던 슬립버튼이 고장나 버렸으므로 43일 남은 워런티 기간에 맞춰 교환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덤으로 47일의 추가 워런티 기간도 받아가지고 돌아왔다. 덕분에 그동안 열심히 했던 게임들의 세이브 파일이 몽땅 다 날아가버렸지만, 또 생각해보면 날려버릴 때도 되었다. 전자기기를 한 번 갈아치울때마다 느끼는, 실체 없는 것을 잃어버린듯한 허전함은 언제나 사람을 괴롭힌다. 그러나 늘 그렇듯, 딱히 잃은 게 없다.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문제는 없는 것들이다. 요즘 그런게 뭐 있나.
2. 동네 말도 안되는 위치에 전화기 판매점이 생겼길래 얼마나 가나 싶었더니 곧 망했다. 그리고 커피숍이 들어왔다. 요즘 90년대 우려먹는 게 유행이라던데, 그 시절 셀프 커피점이 셀프 호프-조개구이-(중간 생략)-치킨-전화기-커피숍이 되었다. 다시 커피를 팔게 되었으니 돌고 돌아 영어 표현대로 ‘full circle’을 그린셈. 이 동네는 워낙 별게 없는지라, 커피숍이 생기는 것도 솔직히 짜증난다. 맛없는 커피? 뭐 그거야 따질 필요 없다고 쳐도, 주택가에 카페가 들어섰을때의 빛공해 또한 만만치 않다. 한 블럭 너머 염창역이 있는 큰 길에는 카페 베네 뿐이었던 오랜 침묵을 깨고 탐앤탐스가 들어섰고, 그 건너에 또 스타벅스가 들어선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러지 말아야 할 존재들끼리 서로 빨대를 꽂고 빨아먹는 듯한 기분이다. 돈 버는 건 결국 건물주 뿐이니 건물주 윈!
2-1. 실은 더 짜증나는게 전화기 대리점일때 애플 로고로 불 들어오는 간판 만들어 벽에 박아놓았는데 카페 인테리어 다시 하면서도 그건 그대로 놓고 위에 스티커인지 뭔지를 붙여서… 조잡한 취향.
3. 누군가를 게임에 빠지도록 만드는 존재들이 그러면 안된다며 중독매체로 규정하고 법으로 막으려 든다. 중독 매체 규정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게임이나마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좀 아나?
4. 어디에서 책이 한 십만 권쯤 팔리지 않았느냐는 듯한 분위기의 질문을 받고서 좀 당황했다. 물론 진짜 ‘십만권 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넷 서점 등등의 반응을 보니 대박나지 않았느냐는 질문. 아하하. 어떤 분야에서는 한 주에 70권 팔았는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던데…
5. 원래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 내일 쓰기로 하자. 하루만 묵혀두자.
# by bluexmas | 2013/11/19 23:58 | Life | 트랙백 | 덧글(4)
저도 요새 열심히 정복과 약탈을 일삼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책 잘 받았어요!
책이 도착한 어제는 퇴근하자마자 그대로 침대에서 기절하는 바람에 오늘 감사말씀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