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레스토랑 간단 정리
3박 4일 밖에 머무르지 않아 크게 할 말은 없지만, 이번이 세 번째니까 또 국으로 입다물고 가만히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커피 이야기하면서 흘렸지만 별로 내실이 없더라. 포틀랜드도 그랬지만 그보다 더, 재료는 좋은데 콘셉트 둘째치고 조리가 별로 좋지 않았다.
1. Harbor City Dimsum
분명 한자 이름이 있을텐데… 잘 모르겠다. 늦은 점심 먹으러 별 생각없이 들렀는데 훌륭했다. 특히 썩어가고 있는 식당 안 분위기까지 감안한다면…
딤섬이 훌륭해 사다가 다음날 아침으로 먹기까지. 식어도 먹을만 했다.
2. Shiro’s Sushi
사진을 맥북에 저장했는데 찾기가 어렵다. 어디로 갔는지;;; 한참 인기 끌던 영화 <지로의 꿈>의 그 양반의 제자라는 시로의 스시집. 기억해보니 2005년에 왔을때도 들렀던 곳이었다. 재료도, 초밥 전체 맛의 균형 또한 좋았으나 손님이 너무 많아 속도조절이 거의 안되고, 초절임 생강에 밥풀이 섞여 나오는 등 자질구레한 실수가 많았다.
3. Ma’ono Fried Chicken and Whisky
메뉴에 스팸 무스비도 올라있는 등, 하와이를 바탕으로 삼은 콘셉트인데 정작 가장 유명한 치킨은 한국식. 안 해도 먹을 수는 있지만 미리 예약하는 게 좋고, 한 마리에 39, 반 마리에 20달러로 가격은 다소 높다. 하지만 일단 닭과 튀김옷은 훌륭하다. 기름이 다소 많이 남아 있던 것이 옥의 티. 우리나라에서는 절인 무를 주는데 정작 이런 곳에서는 한국식이라며 김치를 주는 것이 재미있다.
하와이 안 가봤으니 처음 먹어본 스팸무스비도 스팸이라는 주 재료의 한계를 생각해볼때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따뜻한 밥에 잘 구운 스팸 등등,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 가운데 하나. 소위 말하는 ‘comfort food’류의 극상 완성도랄까. 이름은 저런데 위스키와 궁합은… 잘 모르겠다.
4. Revel
한국계 셰프 레이첼 양의 레스토랑. 예전에 <Joule>과 이곳 모두에서 잘 먹었던 기억이 나서 이곳만 다시 들렀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리식 만두를 바탕으로 커리맛 나는 돼지고기로 속을 채웠는데 피는 너무 두껍고, 속은 너무 뻑뻑했다.
한편 비빔밥은… 사진만 곁들이기로. 가득 내온 깍두기는 오히려 저 위의 치킨이랑 잘 어울릴듯. 갈비살은 2년 전 먹었던 그대로 아주 훌륭하게 잘 구웠다. 한국음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양인들을 상대로 음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기에 좋은 자료들.
5. How to Cook a Wolf
MFK 피셔의 책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해서, 재미있길래 찾아가봤는데 소금은 약간, 식초는 그보다 조금 많이 부족했다. 서너가지 먹었는데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디저트가 훌륭해 불만족을 조금 덜었다. ‘Gianduja (여종업원의 발음을 따르자면 ‘관두자’)’ 무스.
그리고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포틀랜드로 돌아오던 길의 다이너. 다이너 음식이 대개 그냥 그런데 조리를 아주 잘했다. 편견 품은 걸 반성할 정도.
# by bluexmas | 2013/11/18 16:09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