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4일차, Tartine Bakery – 빵은 밥이 아니다
종종 ‘빵이 양식에서 백지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하는 걸 듣는다. 엄밀히 따지면 틀리다. 빵은 백지일 수가 없다. 곡식을 갈아서 반죽을 을 만들어 발효를 통해 부풀려 오븐에 구워 마야르 반응까지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소금간까지 한다. 밥이랑 다른 점을 꼽아보라, 몇 가지가 나오나. 백지일 수가 없다. 자기 색깔을 지닌 채로 음식맛을 돋운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러한 빵을 놓고 따져보면 된다.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덧글로 알려주신 분이 있어 오늘 들른 <타르틴 베이커리>의 빵이다. 함께 알려주신 <보그>지의 기사를 보면 밀가루 대 물의 비율(흔히 Baker’s Percentage라고 일컫는)이 85%까지 이른다고 한다. 대개 75%정도만 되어도 엄청나게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다소 극단적인편. 대신 굉장히 높은 온도-마침 빵을 꺼내는 시간에 들러서 오븐을 볼 수 있었는데 화씨 450도. 레시피도 있다-에서 구워 수분을 날린다. 덕분에 껍데기는 굉장히 두꺼우면서도 아주 가볍고 바삭한 동시에 구수하고, 속살은 촉촉하면서도 쫄깃하다. 거기에 자연발효종의 시큼함까지 더하면 빵 한 조각에 정말 여러 가지의 맛이 깃들어 있다. 이 동네에서 밥을 먹으면 거의 이런 종류의 시골빵이 나오는데, 이 빵이 그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위에 있다. 뭔가 엄청난 걸 접해도 ‘ridiculous’하다는 형용사를 쓰는데 이 빵이 그러한듯. 어이없이 맛있달까.
두세 종류의 빵 외에 타르트나 케이크, 에클레어 등등도 꽤 구색을 갖춰 놓았다.
브리오슈 브레드푸딩과 에클레어를 먹었는데 둘 다 아주 훌륭했다. 미국에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는 최고.
샌프란시스코, 타르틴베이커리, 시골빵, 브레드푸딩, 에클레어
# by bluexmas | 2013/11/08 16:13 | Taste | 트랙백 | 덧글(4)
어쩐지 빵이 맛있다길래 ‘설마?’했습니다.
곡물로 만든 덩어리(?)라서 밥과 빵을 일대일로 짝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봅니다.
요새 흔히들 말하는 ‘식사빵’만해도 맛의 스펙트럼 자체가 밥과는 다른 방향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