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1일차- 스타벅스 1호점 커피를 처단하다
시애틀에 대해 두 가지:
1. 커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산지 같은데 가지 말고 이런 동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고 했다. 정정하겠다. 포틀랜드가 더 낫다. 커피도 낫고 동선도 낫고 물가도 더 싸다. 잘 볶고 내린 에스프레소를 2.5~2.75달러에 마실 수 있다. 시애틀은 3달러 정도. 게다가 세금이 붙으므로 거의 1달러까지 차이난다. 그리고 차 없이 다니기 어렵다. 포틀랜드에서는 5달러 종일권 사서 버스와 트램 등 골고루 돌아가면서 타고 돌면 하루에 다섯 군데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지쳐 쓰려지거나 카페인이 넘쳐 길바닥에서 펄펄 뛰거나.
2. “관광”을 위해서라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 매력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애틀의 정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1호점? 시애틀에 세 번째 들른 끝에 이번에 드디어 가보았다. 검색 같은 거 전혀 해보지 않아서 예전에도 못 가봤고, 이번에도 어쩌다 찾았는데 사람이 많았더라면 아마 이번에도 그냥 바깥에서 보고 스쳐지났을 것이다. 다행히 거의 아무도 없었는데 인사만 하는 여자 직원 말로는 많을 때는 가게에 들어오는데만 한 시간이 걸린다고.
거기에서만 판다는 한약원두 파이크 플레이스의 “리저브”, 또한 거기에서만 판다는 “나 스타벅스 1호점 왔어 뿌잉뿌잉” 인증 머그 등등이 있는데 거기에 돈을 쓰고 싶지는 전혀 않아서 그냥 커피 한 잔을 사서 스벅스벅 마셔주려 했으나… 이건 뭐랄까 인생 최악의 커피 10선에 들고도 남을 정도로 역했다. 정말 웬만하면 다 마시는데 이건 도저히 그럴 수 없을 지경. 마침 일몰이라 해가 참으로 아름답게 지고 와중에 이다지도 맛없는 커피라니… 참을 수 없어 매장을 배경으로 하고 과감히 처단해버렸다. 커피 한 잔 사는 와중에도 모국어를 쓰는 분들 몇몇이 “나 스타벅스 1호점 왔어 뿌잉뿌잉” 인증 머그 등을 한 보따리 사서 가시는 등, 손님들이 정말 돈 많이 쓸텐데 커피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한심하다. 분명 스타벅스에게 공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한편 시장 초입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1호점이라고 착각하는 매장에서는 “리저브” 커피를 클로버에 내려준다. “블루마운틴”이 4.95달러… 블루마운틴이라기보다 그냥 스타벅스의 맛. 그나마 이건 스벅스벅 마실 수는 있다.
# by bluexmas | 2013/10/31 13:57 | Taste | 트랙백 | 덧글(12)
1호점도 참 관리안되나 봅니다.. 그리고 요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산지 약66%가 커피녹병 걸렸다는데, 분명히 스타벅스 에스프레소는 그 산지에서 수급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스벅 에스프레소 너무 맛이 없어서, 이젠 한정판 원두 빼고는 사마시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거기서 커피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것 같아요 다들 텀블러랑 머그컵만 사고…
현재 시애틀에 거주중인데 포스팅을 오매불망 기다리겠습니다. 오오오오.
그러나 스타벅스 아니더라도 뉴욕 어디서든 맛있는 커피를 쉽게 찾을수가 없으니 그냥 이건 물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기까지 해요. 별수 없이 아무거나 줏어 마시며 그냥 적응하고 살고 있네요ㅠㅠ
글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