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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이런 기사를 접했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학교와 직장을 때려치우고’는 이제 깔 가치조차 없는 ‘클리셰’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그렇게 따지면 나도 저런 부류에 간신히 발걸칠텐데 아무도 나를 부러워하지는 않으니 다행인가?!). 진짜 문제는 ‘한식이 맛있고 건강하다’는 당사자의 발언. 일단 맛보다 건강부터 따져보자. 사진은 명동 <하동관>의 곰탕, 무려 ‘스무공’이다. 그럭저럭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과연 저게 건강식인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 왜 건강식이 아닌가? 문제는 탄수화물이다. 살이 찌는 원인은 칼로리라는 숫자놀음이 아니라, 탄수화물로 인한 인슐린 분비와 지방의 축적이다(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요즘은 이런저런 참고서적들이 꽤 많다). 이 곰탕은 고기나 그 국물이 중심인 음식이 아니다. 탄수화물인 밥이 중심이며 나머지는 그 밥의 소비를 위해 거드는 조연이다. 단백질로 배를 채우지 않으며, 섬유질-의 섭취와 건강의 관계 또한 늘 재고의 여지가 있지만-이라고 해봐야 짜고 또 달게 담근 김치 한 종지일 뿐이다. 강박 또는 습관적인 조미료를 걷어내고 생각할 수 있다면 훌륭한 국물이지만, 녹여낸 지방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김치를 꽤 먹어야 한다. 또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늘 논쟁의 대상인 나트륨을 이 과정에서 많이 섭취한다. 거기에다 국물 자체의 간을 맞추는데 썼을 나트륨까지 감안한다면? 이런 종류의 한식은 결코 건강식이 될 수 없으며, 이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우리 음식에 에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보다 더 건강하게 한식 밥상을 차리는 건 솔직히 바쁜 현대인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밥의 양을 줄이고 단백질의 양을 늘리며 각종 나물로 섬유질까지 보강한다고? 순수하게 드는 노동력은 차치하고, 그 식단을 짜는 두뇌 또는 정신노동이 주는 스트레스는 굳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이 바탕인 식단에 서양의 가장 나쁜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단마저 그 비율을 갈수록 늘려, 오늘날 한국인의 식단은 재난이다. 공교롭게도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판다는 ‘코리토’ 또한 이러한 한/양식 혼합의 식단에서 크게 멀지 않다. 부리토라는 음식 또한 토티야와 밥이 중심이니 철저하게 탄수화물 위주며, 단백질은 거드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이런 ‘보틈업( bottom-up)’ 방식을 효과적이라 믿지만 건강하기 떄문은 절대 아니다. 친숙한 맛을 바탕으로 삼기 때문에 이질감을 최대한 줄여줄 뿐이다. 따라서 이런 음식이 ‘한식이므로 건강하다’고 믿는 근거가 무엇인지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식도 또 어느 문화권의 음식도 건강해질 수 있지만 그건 분명 저런 방식으로 좇을 수 없다.
탐 히들스톤이 내한한다고 해서 ‘팬은 아니지만 강남스타일 말춤만은 추라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라는 트윗을 했다. 국뽕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한국뽕을 부리든, 미국인이 미국뽕을 부리든 마찬가지다. 문화를 비교하고 ‘내 것이니까 좋다’라는 논리가 어떻게 이성적일 수 있는가. 다른 분야야 나의 밥벌이와 거리가 머니까 그렇다쳐도, 이걸 음식에 적용하는 경우 난 화가 난다. 문화및 역사적 맥락을 십분 감안해서 ‘한식이 한국인에게 최고다’라는 주장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애교로 봐주자. 하지만 그걸 왜 세계 전체로 확대시키는가. 문화의 절대적 줄세우기는 차별을 낳는다. ‘한식이니까 우수하다’라는 주장을 뒤집으면 ‘게르만이니까 우수하다’,’흑인이니까 건축에는 재능이 없다’와 큰 차이가 없다. ‘건강한 한식’과 ‘건강하지 않은 한식’이 각각 존재 가능한 것이지, 한식이라 건강할 수 없고 건강하지도 않다. 21세기에도 국뽕이 필요한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게다가 그걸 바탕으로 왜 자꾸 들이대는가. 먹고 싶어하지 않는 외국인의 입에 김치를 한 입 가득 쑤셔넣고 ‘맛있지? 맛있지? 한식 짱짱맨!’하면 대체 무엇이 달라지나. 전세대란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나?
별개의 주제로 다뤄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맛에 대해서도 따져보자. 대개 한식의 맛을 ‘폭발적이다(explosive)’,’흥미진진하다(exciting)’이라고 표현한다. 발효장류 및 식품(김치)와 고추가루 때문인데, 순전히 다섯 가지 맛(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요소와 조리의 원리를 놓고 따져보았을때 이러한 맛이 우리 음식에서만 나지 않는다. 난 오히려 요즘, 양념에 기대는 우리의 조리 형식이 재료를 찌거나 삶는, 따라서 직화를 거치지 않아 마야르 반응 등의 도움을 못 받고 따라서 밋밋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얇게 지진 고기를 아미노산 가득한 간장으로 양념해 약한 불에 회색으로 지져 나는 맛이나, 두터운 고기를 센 불에 짙은 갈색이 나도록 지져 마야르 반응으로 얻어내는 맛을 비교해보라. 발효로 인한 감칠맛? 된장 뿐만 아니라 치즈에도 넘쳐난다. 게다가 간장은 우리나라에만 있나? 일본에도, 중국에도 있다. 액젓?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쓴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쓴다. 김치의 유산균? 잘 만든 요거트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요거트는 짜지도 않다.
최대한 양보해서 국가와 나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어깃장을 놓지 않는다고 하자. 그것과 국뽕은 지구와 달만큼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뽕이 눈을 멀게 해 발전을 막는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를 통해 잘못된 점을 인정해야 발전할 수 있다. 난 이게 안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식탁의 시급한 과제는 탄수화물 위주의 체계 재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계 속의 한국인’이니 이야기하면서 세계시민으로 살 것을 강요에 가깝게 부르짖는 현실에서 이 정도로 국뽕에 취해있는 현실은 개그다. 이제 제발 진정 좀 하자. 이유없이 우리를 우리라도 내세우는 만큼 무시와 차별을 당할 확률도 높다는 걸 왜 깨닫지 못하나. 제발 부심 좀 그만 부리자. 안 그래도 한국인으로 사는 건 충분히 피곤하다. 강요 좀 그만 하자.
# by bluexmas | 2013/10/21 11:56 | Taste | 트랙백 | 덧글(9)
저는 개인적으로 쌀밥 문화가 도정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데, 현미로 다시 바뀐다고 해도 현대의 쌀밥 문화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을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공짜반찬이 많은데, 임대료 부담과 서민형식사 가격 제한을 안은 식당들이 어찌 건강한 음식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건강한 음식을 위해 그에 걸맞는 가격을 받는 가게, 그런 음식섭취를 위해 천원 2천원 더 내놓을 수 있는 고객이 늘어야겠죠~
사실 동서양 막론하고 건강식은 실제로 몸에 얼마나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약 팔기에 가까운 문제예요. 오리전문점이든 두부전문점이든 XX의 효능 안 붙여놓은 데 없잖아요? 다 건강식이라 홍보하지 우리 음식 탄수화물 덩어리에 나트륨 폭탄이라 하는데 없어요….. 맛집 프로 나오는 음식점 사장님이랑 다를 바 없이 사업 홍보하는 한식덕후 영국처자일 뿐인데 외국에서 한식집 한다는 이유로 한국 문화 홍보 사절 취급이군요.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