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살(단백질)의 ‘변성’과 세비체, 활어회와 가사어회
사진출처는 wikipedia:ceviche. 산에 의해 생선살이 하얗게 ‘익었다.’
생선살에 레몬즙을 뿌리면 안되는 걸까? 트위터를 돌아다니는 글에서 그런 내용을 보고 글쓴이의 블로그에서 관련 글을 조금 더 찾아보았다. 핵심은 ‘여러명이 먹는 회에 미리 레몬즙을 뿌려 놓으면 육질이 상한다’는 주장인데, 식탁예절로 보면 맞지만 음식만을 놓고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좀 있다. 일단 산에 의한 단백질의 ‘변성(denature)’부터. 이걸 굳이 ‘변성’이라고 보면 부정적인 개념같지만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결국은 불에 조리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적극 활용한 날생선 조리법마저 있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즐겨 먹는 ‘세비체(ceviche)’가 그것이다. 생선살, 조개 관자 등등을 레몬이나 라임즙 바탕의 양념에 버무려 재워 둔다. 그 결과 ‘변성’이 일어나 생선살이 부드러워진다. 생선살에 레몬즙을 뿌려서는 안된다면 세비체 같은 음식의 존재는 잘못된 것일까? 게다가 그 변성은 산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간장이나 초고추장, 물회 국물 또한 정도만 다르지 비슷한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타르트 가운데에도 연유/계란을 레몬즙과 섞어 조리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얻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조리와 생선회, 특히 활어회의 관계 또한 짚고 넘어가보자. 활어회는 궁극적으로 사후강직이 일어난 근육이다. 숙성도 조리도 거친 것이 아니니 그 맛이 최대한 발달되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다들 좋아하는 쫄깃함 즉 질감 또한 굳이 장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생선 본연의 맛”이라는 걸 느끼기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며 한참 씹어 침과 섞이기 이전에는 그 맛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물려서 많이 먹기도 어렵다. 불에 익힌데다가 기름도 풍부한 삼겹살도 소금만 놓고 한 근 이상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수족관이든 바다든 5분 전에 살아 있던 생선살을 한 마리째 놓고 소금만 찍어 한 번 드셔보시라. 1/4 정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 초고추장에 마늘 등등까지 곁들여 먹어야 하는지, 이유가 생선살 안에 분명하게 숨어 있다. 그리고, 같은 단백질이라면 숙성한 쇠고기가 좋은 것처럼 회도 숙성한게 좋지 않은가? ‘선어회’라는 이름으로도 안 팔려서 ‘싱싱회’라는 이름을 고안해냈다고 들었다. 담백한 단백질이란 없다. 생선회도 담백하지 않은 음식이다.
아, 그리고 ‘활어회’와 ‘가사어회’는 제발 좀 구분해서 팔았으면 좋겠다. 포토스트림을 싹 비워서 지금 영상이 없는데, 서촌 근처 버스정류장을 보니 정말 거의 다 죽은 전어가 탱크 물살 때문에 억지로 돌더라. 그거 활어회라고 먹으면 맛있나? 그쯤되면 정말 악취미다.
# by bluexmas | 2013/10/14 16:29 | Taste | 트랙백 | 덧글(6)
회를 초장에 좀 찍어먹는다고 혓바닥 썩었네, 회의 섬세한 맛을 못느끼네, 회 살이 물러지네 하면서 발작일으키시는 푸드나찌분들…
그나저나 가사어회 라는 단어가 적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