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 댄 초코렛: 아마추어-(디테일)-프로
배러 댄 초코렛(Better Than Chocolate- 내가 아는 외래어 표기법이라면 ‘베터 댄 초콜릿’이어야 맞다. ‘초코렛’은 괜찮은데 ”배’러’는 꽤 어색하다. ‘bread’를 ‘브’래’드’라고 표기하는게 맞는 양 통하는 현실의 반영이랄까)? 일단 이름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뭘 다루지? 그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반면 정보는 주지 않기에, 일견 좋은 전략을 품었다고도 생각했다. 찾아보니 양갱을 만든단다. 정확하게 양갱이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름과의 관계가 궁금해져 먹어보게 되었다. 열 개 들이가 20,000원이라고 한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하자. 첫 번째는 앞에서 이미 입에 담은 이름에 관한 것이다. 나중에서야 안면이 있음을 알게 된 어떤 분이 초콜릿을 만드는데, 이름을 놓고 고민이라고 했다. 난 원래의 이름이 이래저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만드는 분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결국 이름을 바꾸기는 한 모양인데,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초콜릿 자체며, 만드는 제품의 정체성을 덮는다고 생각해 아쉬웠다.
이름은 이름이므로 무엇에든 중요하지만, 음식에서는 무시를 할 수가 없다. 먹어보지 않고도 장르나 콘셉트 등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소 완고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철수네’보다는 차라리 ‘나폴리’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탈리안이라는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갱을 앞에 놓고 생각했다. 과연 이것의 이름이 <배러 댄 초코렛>이어야 할 필요나 이유가 있을까? 젤리와 양갱이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초콜릿과 양갱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찾아보니 초콜릿 양갱 또한 만들며, 샘플로는 초콜릿 모양의 양갱도 나온다. 나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두 번째는 맛이다. 일단 질감은 훌륭했다. 물론 둘의 질감은 사뭇 다르지만 동물성 재료인 젤라틴이든 식물성 재료인 한천이든, 이들을 써서 굳힌 음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뻣뻣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어찌보면 계란으로 굳히는 푸딩까지도 마찬가지라서, 액체를 간신히 뭉친 것과 같은 부드러움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맛은 그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름 동안 몇 번 먹었던 팥빙수를 놓고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설탕만으로 단맛을 냈을 때는 난다고 믿을 수 없는 텁텁함이 이러한 제품들의 공통적인 느낌이다. 팥은 사실 굉장히 중립적인 재료다.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앙금을 내면 특유의 두터운 질감을 지니면서 짠맛과 단맛 모두를 아주 잘 받아들인다. 이런 제품에 어느 만큼의 기대를 품어야 하는지 감을 못 잡지만, 앙금은 직접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다.
여기까지는 그렇고, 맛에 대한 궁극적인 불만은 결국 디테일과의 관계에서 불거져 나온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고명을 얹었는데, 그 선택의 이유를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신맛을 적절히 보태준다는 차원에서 말린 살구는 좋았지만 호두와 해바라기씨에는 생각, 또는 고민이 담겨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둘 다 볶지 않은 듯 특유의 맛이 살지 않은데다가 양갱 위에 올려 놓았으니 수분을 흡수해 다소 눅눅하니 양갱의 훌륭한 질감을 방해한다. 게다가 이건 호두의 태생적인 문제인 껍질의 떫은 맛 또한 당연히 거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맛보다 더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이러한 고명이 해친 환성도였다. 물론 양갱이 특유의 점도는 지니니 자잘한 해바라기 씨앗 정도를 붙잡는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알갱이가 큰 호두에는 역부족, 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손으로 눌렀는지 양갱이 갈라져 있었다. 개당 2,000원이라면 프로가 만드는 <합>의 한과 수준일텐데,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가 생긴 제품은 설사 손해를 보더라도 팔면 안된다. 이런 게 열 개 들이 한 상자에 최소 두 개가 있었다. 그럼 불량률이 10%다.
이걸 만드는 분이 정확하게 어느 지점을 목표로 삼고 있는지 잘 모른다. 프로가 되기 위해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아마추어로서 재미삼아 만드는데 수련의 부산물로 재료비 정도라도 갈음을 하려는지도 모른다. 후자라면 뭐 그렇지만, 만일 전자라면 디테일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한다. 질감만 놓고 본다면 기본은 갖추었다고 보니 계속해서 디테일을 가다듬어야 한다. 생각없어 보이는 호두나 해바라기 씨앗을 올릴 게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맛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말린 살구일 수도 있고 코코넛이나 레몬 껍질 조림이 될 수도 있다. 양갱이 기본적으로 많이 단 축에 속하는 디저트인데다가 이유를 헤아릴 수 없는 텁텀함까지 감안한다면, 생김새와 동시에 맛 또한 그런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 나는 요즘 홍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음식, 특히 제과 분야의 아마추어리즘에 심기가 다소 불편하다. 돈을 받고 판다면 그것보다 더 잘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전이 있어 다음에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by bluexmas | 2013/09/26 11:05 | Tast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