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개연성

얼마전 혼자 술을 마시면서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트위터에 늘어놓는 가운데 ‘선생 책은 언제 나오시냐 기다린다’랬더니 누군가 곧 소설집이 나온다 하시길래, 기다렸다가 나오자 마자 바로 샀다. ‘사근사근하게 내뱉는다’는 표현이 정말로 표현이 되겠느냐만 이 소설집의 정서는 조금 그러하다. 물론 그러한 정서는 이 양반의 소설에 내내 배어 있던 것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아마 사람들이 ‘까칠하다’는 표현을 종종 붙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 때문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너무 간단해서 시시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이야기들이 낯익기가 마치 <TV 문학관>같다. 하지만 사실 난 TV 문학관을 그렇게 보고 자라지도 않았다. 그런 익숙함이 풍긴다는 이야기다. 어디엔가 전재한 적이 있는 소설을 엮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마 한둘은 읽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근 20년 가까이 이 양반의 소설을 마음에 품고 읽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그냥 정말 누군가의 삶을 숟가락으로 슬며시 떠다 종이 위에 얹어 놓은 것 같이도 익숙하지만, 또 정작 돌아보면 나를 포함한 주변의 어느 누구도 이러한 식으로 말하고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내 주변에 없다고 정말 없겠느냐만 이건 익숙하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게 그 먼 옛날 국어시간에 배웠던 소설의 개연성인지도, 모를 일이다.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없는 세계.

말미의 해설을 건너 뛰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그 뒤의 작가의 말 또한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주섬주섬 찾아서 읽었다. ‘자, 이제 그럼 몇 년 뒤에나 다시 만나십시다’라는 말로 맺는다. 그 몇 년 뒤에는 선생의 장편을 읽었으면 좋겠다. 책장을 덮자마자 바로 기다리기 시작한다. 몇 년 뒤에도 꼭, 다시 만나십시다.

 by bluexmas | 2013/09/09 01:34 | Book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13/09/0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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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3/09/1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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