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밀탑-“고전”의 맛

아무 생각없이 현대백화점에 들렀다가 ‘아 여기의 밀탑이 그 밀탑이었던가…’라는 깨달음으로 5층까지 올라가보았다. 계절이 벌써 그런지 한산해 기다림없이 빙수 한 그릇을 먹었다.

일단 팥부터. 잘 삶았다. <빙빙빙>의 팥이 거피를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을 합친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건 그냥 한꺼번에 삶은 것이었다. 팥을 푹 삶을 경우 껍질이 거의 분리되다시피해 이에 끼거나 입천장에 달라붙어 짜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굉장히 부드럽게 삶았으면서도 껍질이 거의 거슬리지 않았다. 한편 단맛은 좀 강한 편으로, 얼음과 함께 먹으면 균형이 비교적 맞는 편이지만 10%정도 덜 달았으면 좋겠다.

한편 얼음은 다소 아쉬웠다. 요즘의 가게들과 비교하면 다소 거칠어 사각사각한 질감은 굳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게 몇 군데 뭉쳐 아삭거렸기 때문이다. 떡은 다른 곳들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웠지만 그보다도 좀 더 부드러울 수도 있다고 본다.

빙수니까 얼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나는 여전히 팥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다소의 텁텁함을 느꼈는데, 몇 군데의 빙수를 먹어본 다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설탕 외의 당, 즉 물엿 등을 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당으로 수분(또는 촉촉함)을 보충하면서도 너무 달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 같지만 아마 단가 또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여태껏 먹어본 빙수에서 두드러지는 텁텁함의 원인이 팥이 아닌 저런 당류라면,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 이걸 여름의 더위 식혀주는 음식으로 여기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곰곰이 뜯어보면 질감면에서도 떡과 팥과 갈아놓은 얼음이 잘 어울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얼음이 녹아서 물 위에 둥둥 뜬 팥-특히 껍질-을 먹는다면? 얼음에 원체 아주 부드럽지는 않은 떡이 더 딱딱해진다면?

 by bluexmas | 2013/09/04 13:23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의지있는 아이스크림 at 2013/09/04 14:36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밀탑을 자주 방문하는데 맛있긴 하지만 너무 달고, 너무 금방 녹는 것이 문제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떡은 좀 있으면 딱딱해져서 나오자마자 떡부터 먹고 본다는…그래도 팥과 떡을 추가 비용없이 리필해준다는 장점이 있죠ㅎㅎ근데 저는 밀탑은 우유를 쓰는 건지 탈지(전지)분유를 쓰는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혹시 bluexmas님은 파악이 가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9/05 11:57

얼음의 상태나 맛으로 보아 저는 우유라고 생각했는데 100% 맞겠다 보긴 어렵죠.
 Commented by 마루빵 at 2013/09/04 17:29 

저도 밀탑 갔다왔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딱 빙수 시즌(?)이라 사람 꽤 많았거든요. 그 넓은 데 사람 가득한 거 보면서 ‘아 나도 이런 가게 하나 있으면 바랄 게 없겠다’하고 부러워했었는데…

맛은 이름값에 비해서는 그닥이었던 거 같아요. 맛있긴 했지만 약간 아쉬운 그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9/05 11:57

7,000원이면 기다리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Recce at 2013/09/04 17:39 

밀탑은 몇년전에 비해서 얼음의 질이 확 낮아졌더라구요. 예전에는 정말 샤르르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조직도 거칠고 뭉치기까지 하니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9/05 11:57

그렇군요. 저는 언제 먹어보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B급 at 2013/09/04 19:39 

전 이번에 밀탑에 갔다가 같은 날 다른 가게 빙수를 먹어봤는데, 밀탑은 얼음이 전혀 뭉쳐져 있지도 않고 입에 넣을 때에는 눈 같다가 넣고 나면 혀 위에서 눈깜짝할 새에 녹아서, 그날 다른 가게에서 잘 녹지 않고 심지어 뭉쳐진 얼음 빙수를 먹으면서 밀탑이 맛있긴 맛있는거구나 했는데.. 얼음 관리가 잘 안되나 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9/05 11:58

기복이 있는 모양이겠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는 있는데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deure at 2013/09/05 15:09 

밀탑이 오랜시간 팥빙수의 기준이 되는데에는 이유가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참. 한가지, 잘 몰라서 여쭈고 싶은것이 있습니다. 저는 밀탑의 떡 정도가 딱 좋은 경도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러 조금 더 단단했으면 합니다) 더 말랑해야할 이유가 있나요? 단순히 사람마다 취향의 문제인지 아니면 말랑해야할 다른 이유가 있어서 적으신건지 궁금합니다. 사실 너무 말랑거리면 연화제 넣은것 같아서 불안하더라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9/07 11:43

단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떡이 너무 쫄깃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연화제”라는 걸 쓰는지 모르겠지만 쌀가루가 아니라면 감자전분, 타피오카 전분 이런 걸 쓸 수도 있겠죠.
 Commented at 2013/09/05 23: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9/07 11:43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