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비스트로 드 욘트빌-3년 만의 재방문
레스토랑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분위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집에서 스테이크 굽고 와인 따라도 기분은 안 날때 많다.
2. 맛: 기구와 화력이 다르니 맛도 한결 더 강렬하다.
3. 완성도: 마지막 디테일까지. 그래야 전문가 아니겠나. 조리학교 유행인데 교육의 목적도 거기에 있고.
얼마전 <비스트로 드 욘트빌>에 다녀왔다. 한 3년만인가보다. 이유가 꼭 음식이 아닐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세월을 버틴 곳들이라면 한 번씩 다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여기를 다녀온 뒤 바빠서 일단 개점휴업했다.
아예 디저트 이야기부터 하자. 먹으면서, 훨씬 더 수준을 확실하게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욘트빌을 내세웠으니 <프렌치 런드리>의 이야기가 격에 맞겠다. 거기에서 크림 브륄레를 내는데, 주방에서 나와 대기하는 잠시 동안 커피 메이커인가 근처에 놓아 태운 설탕층이 눅눅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매니저가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어디에선가 ‘크림 브륄레가 따뜻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원래 차가운 디저트가 맞다. 크림 앙글레즈를 라메킨에 담고, 이를 다시 물중탕(Bain Marie)의 로스팅 판에 담아 오븐에 굽는다. 뜨거운 공기와 온도차를 최소화해 가급적 부드럽게 익히는 기법이다. 이렇게 익힌 걸 완전히 차게 식힌 다음, 손님상에 나가기 전에 설탕을 솔솔 뿌려 ‘브륄레’, 즉 태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두께다. 이날 먹은 것처럼 느끼거나 씹힐 수 있을만큼 두꺼워서는 안된다. 숟가락을 세워 살짝 쳤을때 ‘파삭-‘하며 깨져야 한다. 그래서 눅눅해지는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얇디 얇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
그 위의 희미한 마들렌은 좋게 말하면 겉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움의 대조가 뚜렸했고, 나쁘게 말하면 살짝 많이 구웠다. 그리고 옆의 소르베는 조금 덜 녹고 밀도는 더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지나치게 바삭한 녹차 ‘크럼블’과 대조를 잘 이루지 못했다. 물론 둘 다 목표 지점에서 살짝 비껴났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차라리 그냥 소르베만 내거나, 아니면 유지방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편이 크럼블의 맛과 식감과 더 조화를 이뤘을 것이다. 이 구성이 <욘트빌>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맛 자체의 균형은 괜찮지만 조리의 측면에서 디테일을 완성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럼 적당히 조정해 단점을 좀 감춰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조합을 조금 무리하면서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잘 보여주는 게 주요리였던 오리와 오렌지 소스의 리조토였다. 맛의 조합은 고전적인 오리+오렌지고 크게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조리다. 오리와 리조토, 둘 다 사실 쉽지 않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메뉴에 있으면 오리는 거의 꼭 시켜본다. 그를 통해 조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살을 삼겹살처럼 단면으로 잘라 구워먹는 우리식의 방법은 사실 오리 고기를 먹는데 적합하지 않다. 살코기는 완전히 익으면 퍽퍽하고, 기름층은 너덜거린다. 삼겹살이랑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데 그냥 삼겹살처럼 구우니 문제다. 서양식으로, 껍질쪽을 팬 바닥으로 가게 놓고 천천히 온도를 올려 껍질과 살 사이의 지방을 완전히 녹여내고 살코기는 붉은기가 조금 남아 있게 미디엄 수준에서 끝내야 한다. 그래야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게 남아 맛있다.
이론상으론 이런데, 사실 조리하려면 굉장히 어렵다. 일단 밑준비가 굉장히 까다롭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샤 스튜어트의 비디오가 찬찬히 잘 설명해준다. 칼금을 긋거나 연육기(jaccard)로 껍질을 눌러 지방이 빠져나올 여지를 만들어 준 다음, 소금 위에 한 시간 정도 두었다가 얼음 위에 올려 25분 동안 지방을 식힌다. 물론 여건 불문하고 이렇게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게 오리고기의 조리다. 어쨌든 결과는, 여태껏 먹어왔던 것들만 비교하자면 나쁘지 않았지만 한 번 이상 먹고 싶은 완성도는 아니었다. 거의 언제나 껍질은 덜 바삭하고 속살은 조금 더 익어있다.
다음은 리조토. 간단히 말해 밥도 죽도 아니다. 쌀이 어느 정도 전분을 내놓지만 퍼져서는 안된다. 소위 말하는 ‘알 덴테’를 리조토도 피할 수 없다. 중간에 머물러야 하는데 대부분 죽을 내놓고, 종종 밥이 나온다. 이건 중간에서 후자 쪽으로 살짝 기운 것이다. 나쁘다고 이야기할 의도는 아니고, 웬만해서 보람이 안 산다면 차라리 과감히 접고 다른 탄수화물은 조리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오리에 오렌지 소스라면 폴렌타도 좋은 짝이다. 죽처럼 나와도 상관없지만 완전히 끓여 틀에 넣어 굳힌 다음, 주문에 맞춰 굽거나 튀겨도 된다. 리조토도 물론 미리 조리를 해놓겠지만 저런 수순을 밟는다면 크게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샐러드도 나왔다. 누군가는 좀 세다고 하겠지만 사실 적당한 수준인 식초 냄새는 좋은데, 소금간이 그 냄새 수준까지 올라와 있지는 않았다.
각각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를 한데 묶으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3년 전 처음 갔을때 보다 나는 나은 음식을 먹었다. <세컨드 키친>이니 하는 곳들보다는 수준이 높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음 방문까지 걸릴 시간이다. 그게 또 3년이 되지 않으려면 맨 앞에서 짚었던 세 가지 조건을 전부 만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심에는 나 말고도 중년 부인 세 사람이 있었다. 완전히 대각선 자리에 있었는데도 대화의 내용까지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만약 그런 용도라면 1과 2만, 아니 1만 만족 시켜줘도 충분히 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3, 이상과 현실이 서로 어느 정도의 만족도를 느끼면서 만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부 이야기다.
# by bluexmas | 2013/08/14 15:46 | Tast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