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저널리즘의 역할 분담-트위터 조리돌림에 화답하는 이야기 몇 꼭지
어제 밤, 뜬금없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에 누군가가 열흘도 더 전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르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 그 트윗에 별표를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뜬금없다 싶어 들여다보니 거기에 뭔가 나름의 의견을 열심히 달더라. 왜 하필 이제와서? 또한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화를 내는 것 또한 보았다. 이게 바로 정치, 문화, 사회, 시사 등 모든 분야에 통달한 젊은 지식인들의 트위터 조리돌림인가 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딱히 더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굳이 맥락에서 떼어낸 상태로 유통시키는 것도 원하지 않기에 가볍게 블락했다. 열심히 지난 트윗을 찾아 앞뒤의 이야기까지 퍼왔으니 볼 사람은 보면 된다. 거기에 어떤 의도로 이야기했는지 설명을 또 덧붙일 필요는 없으니 말고, 대신 생각해보자고 이야기 몇 개 덧붙인다.
1. 현업에 계신 분이 그런 이야기를 종종 글에 쓴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도 들었다. ‘셰프 추천 맛집이라는게 진짜냐? 음식하느라 갈 시간도 없다고.’ 물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업장들도 있다는 건 알지만, 일반인들의 식사 패턴에 맞게 다니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할거다.
2. 그리고 사실 시간도 진짜 없다. 이태원 모 빵집 취재는 아침 여섯시 부터인가 했다. 그때 빵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빵 다 만들어서 팔고 나면 바로 내일 빵을 준비해야 제시간에 퇴근해서 쉴 수 있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데 과연 피터 라인하트의 책 같은거 번역할 수 있을까? 시간만 따져도 불가능하다. 그런 건 나같은 사람의 몫이다.
3. 모든 셰프가 다 헤스톤 블루멘탈 같이 연구실 차려놓고 손님도 맞지 않는다. 또한 그 실험조차 혼자 하지 않는다. 실험해서 데이터 내는 셰프 따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주방에서 저녁 내내 붙어서 요리사들 챙기는 셰프 따로 있다. 요컨데 분업화가 되어 있다는 거다.
4. 또 다른 분업화 이야기. 요리책은 셰프 이름으로 나오지만 그/그녀는 거의 대부분 요리만 한다. 레시피 테스터, 공저 필자, 사진작가 등 다 따로 있다. 그 사람들이 한데 힘을 합쳐서 좋은 책을 만든다.
5. 요리를 하는데 글을 쓸 줄 아는 것과, 글을 쓸 줄 아는데 음식을 이해하는 건 다르다. 전자의 경우, 자동이 아니다. 음식을 잘 만든다고 글을 잘 쓸 수 있지 않다는 거다.
6. 무엇보다 음식이, 내가 레스토랑에서 만난 접시들이 ‘나에게는 배울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은 거짓말 해도 음식은 거짓말 못한다. 그냥 속일 수 있다고 믿는거고, 그거 알아서 속아주는 것 뿐이다. 이 문제는 조금만 울타리를 넓히면 사농공상에서 기술 인력의 천대, 외우는 실기 위주의 예체능 교육, 역시 해답 암기 위주의 입시 교육에도 발을 디딘다.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끝도 없는데, 대강 이 정도만 해도 알아들으리라 생각하고 줄인다. A를 말하면 A에 대해서 화답해야지, 모르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A’나 B에 대해서 자꾸 이야기하는 건 올바른 의견 교환의 자세가 아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면 되는데 자꾸 자기가 아는 걸 주워 섬기면서 방어막을 치면 더 추해질 뿐이다.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도움을 주고 싶다가도 생각이 싹 사라진다.
# by bluexmas | 2013/08/04 02:08 | Taste | 트랙백 | 덧글(6)
저도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댓글에 달았던 자료들의 근거를 요구하더니 갑자기 맞춤법 이야기를 꺼내고 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