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래래향- 타성에 젖은 한끼
평일 마지막 주문은 8시 30분(그러나 그보다 20분은 일찍 가야만 할 것 같은 눈치. 전화로 물어보니), 토요일은 점심만(11시30분~2시), 일요일은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므로” 휴일(미안하지만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휴일은 가게의 결정이니 존중하지만 굳이 ‘너 혹시 우리보고 일요일에도 일하라는 거냐 ㅎㅎ?’라는 뉘앙스를 풍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휴식 시간도 있는 것 같은데다가 호텔 출신이라고 계산대에 붙여 놓은 사진까지. 그래서 양평동의 <래래향>이 부러 찾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집일까?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능력이 100이라면 음식에는 65, 잘해야 70정도가 담겨 나온다. 조리 솜씨가 좋은 것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설렁설렁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알기 때문에 못 만드는 음식이다. 동네 장사이기도 하고 가격도 맞춰야 하므로 딱히 좋은 재료를 쓰거나 그저 그런 재료도 그렇게 후하게 내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화상 반점 가운데 이런 곳이 태반이다. 오구반점도 그래서 안가고 마포의 외백도 그렇다. 조리 솜씨는 전반적으로 좋지만 간이 약하고, 전반적으로 음식이 좀 마르고 퍽퍽한 느낌이다. “삼선” 볶음밥에는 별 재료가 없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버섯 통조림까지. 6,500원(6,000원 이었던가?)이라면 할 말 없지만 왜 굳이 그 가격을 받으면서 그런 수준으로 내놓아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기술이 좋으니 보다 좋은 재료를 쓴다면 음식 맛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선”간짜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사가 지나치게 싸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비슷하게 20,000원대인 작은 요리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산슬이야 그렇다 쳐도 사실 깐풍기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별로 없다. 닭다리살 150g 정도가 전부일 거다. 분명 좋은 솜씨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음식을 다시 찾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능력은 90정돈데 110을 하고 싶어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맛이차이나 같은 집이나, 종류는 다르지만 골목 안쪽으로 100m 들어가면 있는 윤가당에서 7,000원짜리 순댓국을 먹는 편이 낫겠다. 궁극적으로 동네 장사라는 측면이나 재료의 수준에서 홍제동의 계화원과 비교할 수 있는데, 솜씨는 여기가 낫지만 음식은 계화원이 좀 더 스스로 만들고 싶어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짜장면 한 그릇 시키고 최고의 솜씨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만 음식 전반에서 타성에 젖은 분위기를 물씬 풍길땐 어차피 호텔 출신이니 뭐니 해서 찾아가는 사람 많을텐데 나까지 굳이 돈 써줄 필요 있는가 싶다. 지하철 세 정거장 바깥 쪽에서라면 굳이 찾아갈 필요 없다. 아니면 빠와블로거와 그의 수하 식도락맨들끼리 식당 세놓고 카메라 큰 거 하나씩 끼고 와서 뭐 나오는지 보거나. 물론 그거 보고 찾아갔다간 제 2의 현경꼴 난 신사동 대가방 수준의 음식을 먹겠지.
# by bluexmas | 2013/07/08 17:19 | Taste | 트랙백 | 덧글(6)
어정쩡하달까요. 딱히 한국식배달집처럼 ‘푸짐’컨셉도 아니고 고급중국집처럼 좋은 재료 쓰거나 아주 잘만드는 것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