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몬스터 컵케이크-콘셉트의 이상과 현실
늘 지나다니며 보다 드디어 한 개 먹어보았다. 추천을 부탁했더니 레드벨벳 케이크(4,500)가 가장 잘 나간다기에 그걸로 사봤다. 간단히 말하자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케이크는 촉촉함과 질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었고, 프로스팅도 오히려 묽은 느낌이었지만 많은 곳에서 내놓는 촛농 같은 것들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그 둘을 합쳤을때의 단맛은 여전히 조금 부족했다. 컵케이크는 이래도 한 개, 저래도 한 개 먹는 디저트다. 조금 더 단 편이 낫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나았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집의 콘셉트로 보이는 장식의 완성도가 내가 생각하는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케이크라는 게 그렇고, 특히 컵케이크는 더더욱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더하는 추세지만 그게 가게의 콘셉트라 다른 곳과 차별하는 요소로 작용할때는 완성도가 아주 높아야 한다. 맛을 잡는 것도 어렵지만 그와 동시에 그만큼의 완성도를 지녀야 하므로 장식이 더 어렵다. 그래서 페이스트리가 어려운 건데 시중의 컵케이크는 대부분 맛보다 장식에 치우친다. 하지만 맛이 완벽하지 않다면 그보다 장식이 더 나을 가능성은 없다. 큰 케이크도 마찬가지지만 마카롱이나 심지어 오레오 등을 얹은 컵케이크를 보면 ‘일단 평범하게 만들어 맛이나 잘 균형을 맞춰주었으면’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케이크 또한 전체적인 부드러움과는 반하는 초콜릿 눈깔을 보면서 순수한 노동력의 비율과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게 여겼다. 장식이 호기심을 일으켜 손님을 처음 가게로 불러들인다면, 이후 다시 들르게 만드는 건 맛이다. 중요한 건 균형이라, 맛에 비해 장식이 너무 두드러진다면 의도와는 반대로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 by bluexmas | 2013/07/03 13:06 | Tast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