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옥루몽- 그릇이 아까운 분유빙수
사실 빙수를 즐겨먹는 편은 아니다. 시원하다기보다 차갑고, 또 대부분 텁텁하도록 달다. 더위를 달래줄 먹을거리는 그게 아니라도 얼마든지 많다. 특히 줄까지 서야 한다면 더더욱 먹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백만번 쯤 지나다녔으면서도 옥루몽의 빙수를 어제 처음 먹어봤다. 기다리고 싶지 않아 냉방 안되는 가게 앞자리를 택했지만, 그나마도 빙수가 오래 걸려 기다려야만 했다.
굳이 빙수를 즐겨 먹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건, 분유에 물을 탄 환원유로 빙수를 만들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기대를 못해서 그런지, 처음 몇 입이 굉장히 텁텁했다. 빙수가 대부분 텁텁한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라면 정말 먹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유를 쓰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특히 탈지분유라면 지방이 있는 보통 우유보다 훨씬 더 잘 언다(알코올와 지방은 어는 점을 낮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단가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만약 지방이 문제라면 무지방 우유를 얼려도 되기 때문이다. 이게 3,4000 원에 파는 동네 분식집 빙수라면 별 불만이 없겠지만, 8,000원이다. 팥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얼음은 군데군데 조금씩 뭉쳐 있었고, 떡도 어느 정도 보관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질겼다. 이런 걸 반짝반짝 윤이 나는 놋그릇에 담아 같은 재료의 수저와 함께 내어놓으면 딱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 그릇 아깝다’라고. 그러한 측면에서 딱 요즘의 홍대와도 같다.
여름이라고 이런 것도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참 딱하다.
# by bluexmas | 2013/06/28 16:22 | Taste | 트랙백 | 덧글(28)
요즘 이런류의 빙수집이 벌떼같이 일어나던데… 컨셉은 밀탑에 질은 하향평준화되어서 맛은 거기서 거기더라구요-_-;;;
줄서서 먹을 가치는 없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