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스 쿠키(Ben’s Cookie)- 쿠키 질감의 균형

‘질감’이라는 표현이 참 그렇다. 영어로는 ‘texture’인데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물론 표준어지만 그 뜻이 잘 살지 않는다. ‘식감’이라는 표현도 써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쓰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어제 트위터에서 정체불명의 ‘발림성’이니 ‘그립감’이니 하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더 그렇다.

각설하고, 처음 강남역 사거리에서 나눠주는 이 벤스 쿠키를 먹었을때 그 질감에 깜짝 놀랐다. 전체적으로 쿠키보다 케이크에 가까웠으며, 두꺼운 가운데는 아예 덜 익었기 때문이다. 단면 사진을 보시라. 이건 그냥 덜 익은 거다. 쿠키는 쿠키고 케이크는 케이크이니, 쿠키의 질감이 케이크 같다고 말하면 칭찬이 아니다. 이를 ‘cakey’한 쿠키라 일컫고 대개 실패의 전형으로 꼽는다. 물론 부드러움도 존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쿠키처럼 부드러움의 경계를 넘어 질척한 경우는 기억하기로  무글루텐 제품을 빼고 처음이었다.

그런 쿠키였음에도 장사가 잘 되는지, 홍대 앞에도 매장이 생겼기에 두 종류를 사왔다. 집에서도 종종 굽는 초콜릿칩과 오트밀-건포도였다. 가격은 10g에 370원, 개당 80~100g 정도 나간다고 하니 엄밀히 따져보았을때 비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게를 달아파는 정책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크기 및 무게는 얼마든지 똑같이 만들 수 있다. 이런 종류라면 아이스크림 스쿱이나 계량컵 등으로 떠 내거나, 저울로 달 수도 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도구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게다가 크기와 무게가 균일하면 조리 시간이 똑같으니 관리가 훨씬 더 편하다. 제과제빵은 물론, 조리 전체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무게가 전부 다른 쿠키 반죽을 대체 무슨 수로 오븐에 한꺼번에 넣고 균일한 상태로 구울 수 있을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전에 시식했던 것에 비하면 고르고 예쁘게 퍼졌지만, 질척한 가운데와 더불어 천편일률적으로 무른 식감은 여전했다. 저울로 달아보니 80g대다. 일단 숙련된 솜씨가 아니라면 제대로 굽기에 반죽이 지나치게 크고 무겁다. 이런 종류의 쿠키라면 나는 45g 안팎을 적정선으로 본다. 크기와 무게, 양의 측면 모두에서 균형이 맞는다. 그 정도라면 제과의 표준 온도라고 할 수 있는 175도~185도에서 14~16분 정도 굽는다(물론 반죽마다 조금씩 다르다). 목표는 특히 초콜릿칩 쿠키라면 적어도 세 가지의 질감을 한꺼번에 갖추는 것이다.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가운데는 살짝 말랑하며, 그 둘 사이를 가벼운 쫄깃함(chewiness)이 엮어준다. 가장자리를 손이나 스패츌라로 들었을때 살짝 들릴 정도까지 익었을때 꺼내면 남은 열로 익어 그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 한편 쿠키의 전체적인 질감은 지방의 상태와도 상관이 있다. 같은 레시피에 같은 버터라도 공기를 불어넣는 ‘크리밍’을 할 경우와 완전히 녹여 섞는 경우 질감이 다른 쿠키를 만든다. 전자는 부드럽고 폭신해지며 후자는 쫄깃해진다. 심지어 전자 또한 버터의 온도를 이상적으로 맞춰주었을때 결다른 결과를 낳는다. 대개 ‘실온에 두어 부드러워진 버터를 마요네즈 상태로 믹서에 돌린다’라고 통하지만, 장담하건대 덮어놓고 그렇게 따라가면 십중팔구 ‘overmix’한 반죽이 나올 것이다.

단맛에 내성이 강한 사람에게도 ‘좀 달지 않은가?’라는 느낌을 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나는 영국에서 들여온다는 이 쿠키의 반죽 자체에 어딘가 균형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거기에다가 딱히 숙련된 손길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어려운 업장의 환경,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인지 온도가 높은 진열장-지방이 배어나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완전히 식힌 다음 원하는 사람에게만 오븐에 살짝 데워주는 편이 나을텐데?-까지 감안한다면 이 쿠키가 이런 상태로 팔리는 것도 크게 이상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쿠키 자체는 이상하고 그런 쿠키가 인기인 것도 이상하지만.

 by bluexmas | 2013/06/26 10:45 | Taste | 트랙백 | 덧글(15)

 Commented by yumemite at 2013/06/26 11:24 

이거 처음 사먹고 그 후 안먹었는데

덜익은 것 같은게 컨셉이 아니고 정말로 안익은거였군요 ㄱ-;;;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28 16:27

저렇게 안 익히기도 힘듭니다…

 Commented by Ithilien at 2013/06/26 11:51 

한개 먹어보고 대체 이게 왜 인기가 있는건가. 내입이 이상한건가 사람들이 모두 미친건가 하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28 16:28

정말 너무 안 익었어요.

 Commented by gini0723 at 2013/06/26 12:27 

차라리 서브웨이 쿠키가 맛있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28 16:28

그럴까요?

 Commented at 2013/06/26 13: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6/28 16:2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림랑 at 2013/06/26 16:38 

영국에선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한국에 들어왔길래 신나서 사서 먹어봤더니…정말 영 아니올시다였습니다. 말대로 정말 덜익어 질척한 쿠키라니-_-영국에서 반죽을 들여온다는 것도 이해안갔지만(그냥 여기서 레시피대로 반죽만들지…?) 그 비싸게 들여 온 반죽을 아예 망쳐놓았더군요ㅋ

 Commented by 시옷곰 at 2013/06/28 11:21

막 들어왔을때 먹고 컴플레인했는데 덜 굽는게 전혀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_-

영국과 다른 환경이라 그렇고 교육을 충실히 했다는 답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28 16:29

정보 감사합니다. 사진봐도 다르던데 정말 덜 익히는군요.

 Commented by walkingdownthestreet at 2013/06/26 20:49 

=ㅅ= 그 왜 일반적 통념 있잖아요.

영국 요리 좐트 맛없다. 영국은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요리 만들어도 뭔가 이상하다..

라는 그 특성 하나는 제대로 살렸다는 점에서는 정통 영국식 쿠키이긴 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28 16:29

요즘은 영국도 좋은 음식 많은데요;;;

 Commented by walkingdownthestreet at 2013/06/29 00:18

….그러니까 일반적 통념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7/03 14:41

아 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