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잡담

1. 약국 갔다 오는데 치킨집 앞에서 직접 농사지었다는 토마토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마침 떨어진 상황인지라 사고 싶었다. 가진 현금은 딱 육천원. 빨갛게 익은 게 한 상자 있길래 반만 파시라 그랬다. 난색을 표하면서 가져가라는 다른 건 크기도 들쭉날쭉하고 익지 않은 것이었다.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사람에게 기대를 품는 과정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거나, 거절당할 것 같으면 먼저, 빨리 거절한다. 세차하러 간 동네에서 우연히 발견한 트럭에서 만원 어치 샀다. 물론 별로 맛있지 않다.

2.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리 좁지 않은 공간에 나와, 완전 대각선 끝의 아줌마 셋이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내 귀에 들어왔다. 물론 들을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내 눈 닿는 곳에 있는 아줌마 하나가 내용 전담반이었다. 목에 냅킨을 매고 있더라. 하도 미심쩍어 찾아보니 ‘피를 흘릴 때가 아니면 냅킨은 목에 두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파인 다이닝이 발전 못하는 건, 부자들이 돈에 걸맞는 품위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품위의 뿌리는 돈으로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가꾸는데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돈 벌기 바쁘고 잃을까봐 전전긍긍해서 품위 같은 건 대체 가꿀 마음의 여유가 없나?

3. 미국에서의 가족주의란 사상누각 위에서 서로 끌어 안은채 최후를 기다리는 운명공동체의 정신상태와도 같다. 그게 좋아보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건 보이지 않는 피해를 인식도 의식도 하지 않는다는 징후다. 가족주의란 다수가 용인하기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가는 이기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by bluexmas | 2013/06/26 01:31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3/06/26 09:51 

1. 소비침체 시기라 파는 쪽에서도 현찰을 원할때가 많죠. 지갑에 항상 현금 3~4만원 이상은 있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그것과 별개로 서울에서 좋은 걸 싸게 구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아직 소분 시스템이 취약하죠. 좋은 물건은 있는데, 항상 일정금액 이상을 받아야 내놓는달까요. ‘현금 쥐어짜기’식…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26 10:47

네 그런데 저도 잠깐 밖에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세금 안 내는 노점이라는 상황만 따져도 별로 내키지 않는 소빈데 그것마저도 일정량을 사기 강요하니 돈을 쓰고 싶지 않죠. 대체 불가능한 물건도 아니고요.

 Commented at 2013/06/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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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3/07/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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