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맛이차이나-이름보다 너무 멀쩡한 중국음식
어제 <쉐즈롤>이 이름보다 멀쩡한 롤케이크를 판다면, 주차장 골목 <맛이차이나>는 이름보다 멀쩡한 중국음식을 낸다. 이 이름이 참 묘해서 언뜻 생각하면 재치있어도 보이고 또 언뜻 생각하면 썰렁해보이고…;;; 하여간, ‘호텔출신’이라고 내걸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문구에 전혀 믿음을 가지지 않는다. 일단 호텔 식당이라는 곳이 크니까 그 안에서 무슨 경험을 얼마나 했는지도 모르고, 그 자체가 딱히 좋은 외식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식은 좀 나을듯. 양식은…
어쨌든 ‘호텔출신’이라는 문구에 상관없이도 멀쩡한 중국 음식을 낸다. 예전 <델 마>자리라 열린 주방을 빼면 20석 될까말까한 좁은 공간에서 두세 명이 음식을 만드는데, 진부한 표현이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느낌. 튀김이라면 재료는 물론 옷에도 두루두루 간이 잘 된 느낌에, 튀김의 상태도 멀쩡하고, 간도 적당하다. 볶음이라면 모든 재료가 딱 적당한 수준-우리나라에서는 살짝 덜 익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부드러움-으로 익었다. 작은 것이지만 좋다고 생각한게 버섯의 사용. 잘 한다는 중국집 가서도 삼만원 가까이 하는 양장피 같은 걸 시키면 통조림 양송이가 가지런히 올라앉은 걸 보는데 최소한 그건 쓰지 않는다. 표고의 향이 좋았는데 음료 냉장고 위엔가 말린 것이 한 자루 올라앉아 있었다.
한편 요리를 대중소로 나눠 팔다 보니 양이 있어보이도록 나초(깐풍기)나 콩(탕수육)을 더하던데, 이건 불만이었다. 근처의 <곰네집>에서도 깐소새우에 감자튀김을 섞어 내길래 물어보니 ‘손님들이 양 모자라다고 불평해서요’라는 대답을 들었는데 막상 사람들은 감자튀김 들었다고 좋아하는 듯? 새우요리에 새우가 많아야 좋은 거지 감자가 굳이… 깐풍기는 신맛이 조금 더 두드러졌으면 좋겠다.
두 사람이라면 요리 작은 것 두 접시에 식사 하나씩이면 배부른 정돈데, 특히 짜장면이 맛있었다. 다른 곳보다 덜하지만 없지는 않은 단맛은 그냥 그렇지만 양파와 고기만으로 볶았다는 걸쭉한 짜장에 소다를 안 넣은 듯한 면이 나온다. 너무 소다가 없었는지 처음 먹었을때는 좀 불어 떡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그 다음번에는 조금 더 멀쩡한 면발이 나왔다. 감자튀김을 얹는데, 나는 고전적인 오이채가 더 좋다.
빵꾸반점이나 곰네집보다는 솜씨가 훨씬 나은 가운데 가장 좋다고 생각한 건 접객이었다. 사실 굉장히 좁은 공간이고 동네가 그러면 어린 손님들 위주일텐데 여자 종업원 둘이 옷을 맞춰입고 친절하고 능동적으로 손님을 대했다.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생 오비 골드라거를 천오백원에 팔던데 그것도 관리가 괜찮은지 가격 감안할때 먹을만했다. 사람을 모아 공간을 하루 저녁 사서 코스를 부탁하면 어떤 음식이 나올지 궁금하다. 번개라도 쳐야 하나.
# by bluexmas | 2013/06/13 13:53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Linked at 맛있는건나혼자 : 휴가 12일.. at 2013/11/19 19:21
… 되어가는 중이라 느낀다. 오래전부터 막장이었던 옷가격을 생각해보면 진작부터 부자였던 것도 같고… 이번에 서울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곳은 상수역 부근의 맛이차이나. 이 정도 퀄리티의 식당을 지역별로 장르별로 몇 개 만이라도 발굴해두면 다음에 들어왔을 때나 손님이 방한했을 때 좋겠지. 당장 내일모레 놀러오는 친구가 있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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