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묘연한 행방, 제 2부
아무래도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되겠길래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배송도 해준다고 그랬으니 그쪽에서 확인차라도 전화 거는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그래서 원인이 뭔지 밝히셨나요?
담당자: 네, 회원가입하실때 집 전화번호를 안 쓰셨는데요(없으니까!), 회원 가운데 동명 이인이 있으셔서 그 분 핸드폰 번호가 고객님 핸드폰 번호랑 송장에 같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나: 네? 지금 그게 말이 되나요?
담당자: 저희가 자동으로 송장을 처리하는게 아니라서요. 하여간 그래서 집배원이 그쪽으로 확인차 전화를 걸었더니 그 분이 자기 건줄 알고 이사갔다고 주소를 알려주셔서 그쪽으로 배달이 되었습니다.
나: 아니, 그분은 자기가 물건을 주문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나요?
담당자: 아, 예전에도 누나되시는 분이 사서 보내신 적이 있어요.
나: 그럼 대개 사는 사람 받는 사람이 각각 표기 되지 않나요. 그 분이 그쪽으로 보내달라고 하기 전에 직접 확인하실 수도 있고요.
담당자: 하여간 그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 그럼 100% 그쪽의 책임인 것인데요, 왜 어제 연락주지 않으셨어요? 저는 만일 아파트 경비실 쪽의 문제라면 계통을 밟아서 정식으로 항의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경비실 문제일리가 없다. 입주자 명단을 가지고 확인했을테니까).
담당자: 네, 그게 어제 저녁 늦게서야 알게 되어서요.
나: 저녁 늦게 몇 시요?
담당자: …다섯시 반이요.
나: 그럼 한참 이른 시간이잖아요(게다가 오늘 낮 네 시까지는 뭘 한거야?).
담당자: ……..
나: 그럼 됐고요, 그쪽 과실이니까 책임지세요.
담당자: 네?
나: 아니, 온라인으로 커피 파는 곳이 여기 한 군데도 아니고, 두 번 주문한다는 건 믿었다는 의미잖아요. 그쪽 과실로 일주일이나 늦게 커피를 받아보게 되었으니 책임지시라고요.
담당자: 그게… 저의 사정도 이해를 해주셔야…
나: 커피 공짜로 먹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시간이 돈인데, 제 시간을 낭비하셨으니까 그만큼의 책임은 지시라고요.
담당자: 그게… 저의 사정도 이해를 해주셔야…(맞다, 바로 윗줄 “복붙”했다)
나: 똑같은 이야기 계속 반복하기 싫거든요? 누가 엄청난 걸 하래요? 아니, 그쪽에서 커피 파는게 200g에 6,7,8,9,000원인데요. 막말로 결점두 50g 넣고 ‘불편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누가 뭐랍니까? 지금 본인이 잘못한 거 혼자서 무마하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담당자: 아니, 그게 아니고요. 고객님, 제 말씀도 들어보세요.
나: 네, 해보세요.
담당자: (잠시 침묵) 고객님,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드릴게요.
나: 네? 왜요? 지금 말씀하세요.
담당자: 고객님,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드릴게요.(역시 “복붙”)
나: 왜요? 지금 말씀하시라니까요.
담당자: (전화를 끊는다)
결국 다시 전화 걸어 관리자라는 사람을 바꿔달라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 받았다. 그러는 가운데, 이런 경우 회사 차원에서 정한 규정이 있는지도 물었다.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어찌되었든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해 내가 손해를 보았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정말 몇 만원어치 커피를 공짜로 먹겠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직원을 감봉 등의 징계에 처하라는 것도 아니다. 저 이유라는 것도 나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고, 직원의 응대로 볼때 정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혼자 무마할 생각인데 내가 일단 다시 보내달라고 순순히 응했으니 ‘우와 커피만 다시 보내면 문제 해결되겠구나’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걸 잘못했다면 책임은 져야 한다.
# by bluexmas | 2013/06/12 01:11 | Life | 트랙백 | 덧글(14)
이렇게 백화점 직원 무릎꿇게 만드는 일이 생기나 봅니다.
컴플레인시 문제해결=직원의 몸빵 / 회사는 뒷짐… 직원에 모든 책임 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