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캡 일체 교체

지난 주 어느 날 밤, 스탠드만 켜놓고 일을 하다가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주체 못해 용단을 내렸다. 키캡 일체를 바꾸기로 결정내린 것. 그게 ‘용단’씩이나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키캡 자체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것 자체가 기계식 키보드 하나 수준. 그나마 물건이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지… 하여간 오밤중에 카드를 긁었고, 주말에 울며 교체했다.

이 모든게 다 생각없이 주문한 탓이다. 하필이면 검정 바탕 키캡에 글씨마저 검정색으로 박힌 걸 골랐는데, 그때는 물건을 받아볼때까지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받아서 포장을 뜯고 나서야 낭패다, 싶었다. 하루이틀 타자해왔던 것도 아니고 외웠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4년을 넘긴 시점까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응을 못했다.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여보고자 절반 정도 되는 돈을 들여 문자의 자판만 흰바탕에 검정글씨로 부분 교체했지만, 게임을 하다보니 급박한 순간(메디젤 등)에 숫자가 안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해졌다. 그래서 돈을 두 번 들여가며 전면교체. 돈이 좀 아깝지만 그래도 능률이 어찌나 좋아졌는지, 이런 일요일 밤에 앉아서 일하고 있다. 그냥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어째 전에 비해 살짝 뻑뻑한게 흠. 공교롭게도 104키 용이라 스페이스바는 없어서 그것만 남겨놓았다. 여기에 돈을 쳐바르다 보니 옛날옛적 만년필의 역할을 기계식키보드가 떠맡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비싸지만 돈값은 한다는 이야긴데, 1년에 한두 번 정도 케이블을 뽑을때까지 자판 하나가 미친듯 자동으로 찍히곤 한다. 그것도 기계적인 결함인가?

국내 어딘가에 나무로 된 키보드 만들어주는 곳이 있던데, 그거 어떨까 궁금하다. 따로 뽑아놓은 키캡만 45,000원이었는데 어디에 팔 수 없는지 모르겠다.

 by bluexmas | 2013/06/03 01:03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모나카 at 2013/06/03 02:48 

키보드매니아에 가보시면 어떨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03 15:31

그 생각을 못했네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큐팁 at 2013/06/03 13:40 

나무 키보드는 지인이 사용중인데 그리 추천하지는 않더군요. 집에 자주 오는 애인이 사준거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 물론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래도 참고삼아 말씀드려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6/03 15:31

오랜만에 덧글로 뵙습니다. 저도 기능이 외관만큼 좋을까 궁금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13/06/05 00:07 

가격이 꽤 살벌하지만 디자인이나 색깔은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