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요거트, 싼 요거트
신세계 본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해 집어왔다. 우유와 유산균, 이 두 기본재료로만 만들었다기에 문자 그대로 ‘덥석’ 집어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격 때문이다. 80g에 3,800원. 유기농 우유로 만들었다지만 딱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맛이나 품질에 상관없이 부담스러웠다.
우유와 유산균으로만 만들었다니 맛은 그야말로 장난 안 친 요거트 맛인데, 식감은 일동 후디스 제품을 먹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좀 알쏭달쏭했다. 주로 먹던 이런 제품 등은 크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하고 매끄럽고 부드러웠는데, 비교해보면 그만큼 부드럽지도 않으며 알갱이가 좀 있다(내키지 않지만 영어를 쓰자면 ‘grainy’하다). 원래 그리스 요거트는 유청을 더 걸러내기 때문에 일반 요거트보다 더 부드러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거르는 과정에서 차이가 갈리는 건 아닌가 싶다.
(‘Greece’ 아닌 ‘Greek Style’이 맞을듯? ‘ㅅ’)
아무렇게나 만들어 시럽이나 듬뿍 끼얹어 내는 프랜차이즈의 커피 바리에이션 음료도 최소 4,000원은 줘야 먹는 걸 감안한다면 무시무시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일 한 개씩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이런 측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가격은재료와 기술, 어디에 더 치우친 것일까? 물론 망쳐도 웬만하면 바닥을 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좋은 재료는 기본이지만, 그 좋은 재료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재료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기술이나 맛에 대한 이해 또한 중요하다. 유기농 우유를 쓰지 않고 같은 제품을 만든다면 얼마정도에 팔 수 있을까? “요거트 그 이상의 요거트”라는 딱지가 붙어 있던데 수퍼 요거트 같은 종류까지는 필요없으니 그냥 ‘설탕 퍼붓지 않은 요거트’,’젤라틴이나 펙틴의 힘으로 굳히지 않은 요거트’, 즉 그냥 ‘요거트 같은 요거트’ 정도만이라도 많았으면 좋겠다. 역시 문제는 중간이 없다는 점이다. 온갖 것들을 더해 대강 만든 싸구려나 또한 말도 안되는 재료를 써서 사먹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것, 왜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을까?
어쨌든 그렇게 따지면 대량생산 제품 가운데는 ‘요거트 같은 요거트’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 그나마 덴마크 플레인과 더불어 덜 이상한 ‘매일 바이오’, 롯데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찾았는데 이것저것의 힘을 빌었고 분유맛이 나지만 최소한 설탕은 하나도 넣지 않았다. 650원이라 훌륭한데 다른데서 파는 걸 못 보았다.
# by bluexmas | 2013/05/06 16:44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6)
Linked at 작은고양이 : 130516: .. at 2013/05/16 16:58
… !!!!!!!!!!! 내가 돈이 많으면 또 몰라, 유레카목장의 요거트를 주기적으로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재정이나 환경은 안되고 ^_ㅜ (광고아님) 설탕없다는 매일바이오요거트는 이 주변에서 파는 곳이 없기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최대한 원유 함량이 높고, 잡스러운게 많이 들어가지 않고, 덜 단 요구르트를 찾고 … more
최근에 순천만의 기념품 점에서 먹어보고 꽤 감동 받은 발효유입니다^^
무슨 차이일까 생각했는데…. 원유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발효유는 우유특유의 향취가 강하게 나서 맛있던데 목장에서 착유한 우유로 만드는 만큼 뭔가 시판 시유와는 다른 공정이 이런 맛을 나오게 하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종균은 따로 적어두지 않은 것 같더군요(종균의 종류와 밀리리터당 최소 마리수도 함께 적어주는 것을 강제하는 시행령이 절실합니다. 악화랑 양화를 소비자들이 분별있게 구입하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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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플레인 요거트…라고 하면 과일잼이나 향이 들어가지 않은 가당 농후 발효유를 뜻하더군요….심한 건 액상과당과 합성 요구르트 향이 첨가된 것들도 있으니 잘 보시고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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